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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도 좌우하는 검사 이야기 <네 법대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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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6

* WARNING : 이 글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출내기 검사가 상관인 부장검사의 옷을 벗긴 것도 모자라, 유력 대권주자까지 낙마시켰다면 믿어지는가. 『네 법대로 해라』는 해묵은 악(惡)들을 신명나게 일망타진하는 검사 권재훈의 이야기다. 


이제부터 괜히 건드렸다가, 나 먼저 요단강을 건널 확률이 높은 거물들을 재훈이 어떻게 요리했는지를 알려주겠다.


차도살인


남의 칼을 빌어 사람을 죽인다 ; 직접 싸우지 말고 타인을 이용하라.



[출처 = JTBC 뉴스룸]


재훈의 직속상관인 부장검사 박대현은 기소권을 무기로 뇌물을 받아먹는 ‘떡검’이다. 형량이 센 공금횡령죄를 뇌물로 눈감아주는 작태는 마치 면죄부를 팔던 중세 유럽의 교회 같다고나 할까? 불의를 미는 불도저인 재훈, 박대훈의 범죄 증거 수집에 나선다.


직속상관을 기소하는 검사는 옷을 벗어야 한다.


상명하복 문화가 있는 검찰에서 살아남기 위해, 재훈은 언론에 떡밥을 흘린다. ‘현직 부장검사가 백억 수준의 해외원정도박을 저지른 기업인의 뒤를 봐줬다’ 재훈이 쏜 화살은 여론을 분노케 했고, 박대현은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아름다운 결말이다.


미인계


유력 대권주자 최상일은 대통령이 되면 매년 1조원의 예산을 해외로 빼돌릴 속셈을 가지고 있다. 이 작자가 서울시장 재임시절 저지른 비리 역시 만만치 않다.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한 달. 유죄를 입증할 증거는 ‘예산 털어먹기 프로젝트’의 설계도를 짠 최상일의 처남 김정택에게 있다. 문제는 이 공모자가 독일에 있다는 것.


양조위 옆에 있으면 미인이 목적을 잊어버린다 ; 영화 <색계>적을 잊어버린다 ; 영화 <색계>

증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독일로 날아간 재훈은 본드걸 뺨치는 미녀를 김정택에게 붙인다. 미녀와의 밀회에 눈이 먼 김정택이 체코 프라하의 별장에 ‘셀프감금’될 동안 재훈은 그의 노트북을 턴다. 게다가 김정택을 꼬셔 한국에 오게 하는 데도 성공한다. 게임 끝! 일개 평검사가 잠룡과의 대결에서 한판승을 거둔 역대급 사건의 전말이었다.

이젠 금수저보다 빽수저 ; <김제동의 톡투유>

미안하다. 부제는 페이크였다. 재훈처럼 되기는 너무 어렵다. 4빽이 있어야 한다. 정의구현을 최우선으로 삼는 부장검사, 지검장, 총장을 만나도록 하자. 어디 있냐고? 그러니까 이게 판타지 소설 아닌가! 아, 제일 큰 빽은 바로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로펌의 대표인 재훈의 아버님 되시겠다.

사실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재훈의 아빠인 권덕호다. 계열사 반만 먹으려는 재벌집 막내아들을 구슬려 그룹 전체를 삼키는 데 성공하는 것을 보면 타고난 전략가요, 뛰어난 부하들을 잘 관리하는 모습을 보면 노련한 리더다.

그렇지, 한국 법조계를 먹겠다는 야심을 가졌으니, 간웅 조조가 딱 어울린다. 어쨌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보 수집력을 가진 아빠가 재훈을 물심양면 도우니, ‘기소하면 유죄’ 공식이 성립될 수밖에 없으렸다.

아줌마, 비켜줄래요?

잠깐 애정담긴 쓴 소리 좀 하겠다. 사실 재훈에겐 중학생 때부터 우연한 사고로 함께 하게 된 영혼의 동반자가 있다. 사람 아니고 고려시대에 죽은 여자 ‘영혼’이다. 아줌마로 불리는 이 영혼 덕분에, 병약했던 재훈이 조폭도 겁내지 않는 검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연재 중반부터 아줌마의 존재감이 희미해졌고, 급기야 존재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까지 들었다. 이는 아줌마가 재훈에게 한동안 말을 걸지 않아 등장횟수가 줄어든 것과는 상관없는 문제다.

고려시대 여인과의 우정, 고려를 망하게 만든 탐욕이 현세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설정은 재훈이 해결해야 할 21C형 사건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아줌마가 최상일의 몸에 들어가, 그에게 깃든 탐욕을 잠재우는 결말은 아쉬움을 남겼다. 함정수사와 심리전이 백미인 미니시리즈에서 갑자기 아동 판타지로 바뀐 느낌이랄까?

권선징악, 지금 필요한 가스 활명수

영화는 강철중, 웹소설은 권재훈 검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네 법대로 해라』를 추천한다. 하나를 캐면 여러 개가 뭉텅이로 나오는 고구마 줄기처럼, 평범한 살인 사건이 초대형 비리 게이트의 퍼즐 한 조각임이 드러날 때, 탄탄한 전개가 주는 재미를 체감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법정수사물의 묘미인 통쾌함의 극치를 선사한다. 백만에 가까운 인파가 하루가 멀다 하고 촛불을 들어야 유전유죄가 되는 게 대한민국이다. 그렇기에 권력 앞에서도 수갑을 들이미는 재훈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가스 활명수가 아닐까.



가수 소향이 직접 쓴 웹소설 칼럼, <나는 왜 판타지를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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