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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소향의 소설가 데뷔담, 나는 왜 판타지를 쓰는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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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8

우연에 우연을 거듭해 지금의 아레테 북스를 만났다. 그리고 라온E&M의 송현우 대표님과 김강현 작가님 그리고 장영훈 작가님을 만났다. 이들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이런 판타지의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나라에만 이만 명이 넘는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그리고 단순한 글이 아닌 소설을 ‘기록’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게 해 준 이들이었다.

난 초등학생처럼 그분들의 말을 경청했다. 많은 고정관념들이 배우는 과정에서 박살났다. 재밌는 과정이었지만 힘겨운 과정이기도 했다. 그중 가장 재미났던 레슨은 다음과 같았다.

‘판타지라는 허구를 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가 매우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것.’


그 말을 들었을 때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았다. 판타지를 쓰든 현실적인 소설을 쓰든 결국 이야기를 읽는 독자는 현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그들과의 공감과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즉, 혼자만의 세계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소설가는 어떤 면으로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기자와 같이 기록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 상상 속으로 들어가지만, 최대한 제삼자의 입장에서 편견 없이 적어내야 한다. 최대한 현실을 이해하고 반영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은 물론 어려웠지만 매혹적인 일이었다.

‘판타지는 현실과 다르다’는 고정관념이 글을 통해 다 부서지기까지 꽤 많은 페이지가 할애되었다. 약 1,200장의 원고가 날아갔다. 그러고 난 뒤에야 <아낙사이온>의 첫 장이 기록될 수 있었다.


물론 이건 아주 기본적인 레슨이었다. 나는 그 외에도 많은 멘토링과 레슨이 필요했고, 그것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작가님들의 멘토링으로 낑낑대며 한 권, 두 권이라는 산을 넘고 네 권째에 이르렀다. 이때부터는 또 문법과 싸워야 했다. 나는 띄어쓰기 같은 기본적인 것들이 정립되어 있지 않았고, 편집을 담당한 분들은 한동안 나의 삐뚤빼뚤한 문법과 띄어쓰기 때문에 혼이 나야 했다.

그 즈음 난 울면서 생각했다. 정말 내가 이렇게까지 소설을 써야 할까. 이런 실력도 없는 사람이 무슨 소설을 쓰겠다고 했을까. 창피하기 짝이 없었다. 절망감이 한동안 내 머릿속을 꽉 채웠다.

하지만 난 판타지 소설에 대한 열정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 열정은 불도저처럼 나의 절망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밀어버렸고, 나는 어느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

그 열정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생각해 보면 이 팍팍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탈출구, 하지만 동시에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통해 난 무언가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가장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들의 이야기는, 나에게서 한 걸음 떨어져 사회와 나라와 세상을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이것은 내가 써보지 않았다면 모를 힘이었다.

이렇게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며 신중하게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는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면 난 여전히 이렇게 생각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뭐,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주인공을 통해 세상을 보고, 주인공의 마음과 생각이 어떤 선택에 이르는지, 그 선택이 세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중심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통찰하면서 나는 달라졌다.

이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어떤 이상을, 어떤 가치를 놓치지 않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화두를 현실 앞에서 적당히 타협하며 놓아버리지 않게 되었다. 끊임없이 그런 고민을 하는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고통스러웠지만 즐겁기도 했다. 진실은 때로는 찬란하기도, 때로는 잔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판타지 소설이 가지는 허구는 우리 안의 어마어마한 미지의 세계와 닮아있다. 어쩌면 이것은 어떤 도구보다도 더 세밀하게 우리 내면의 변화를 관찰하는 도구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다들 자신만의 우주, 자신만의 판타지를 품고 살아가는 지구인이 아닐까. 그리고 인생을 통해 그 이야기보따리를 천천히 풀어 놓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판타지 작가들은 글을 통해 그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난 아마도 판타지를 쓰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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