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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올 뉴 크루즈, 아반떼 앞에서 파헤친 가격의 비밀

등록일2017.05.30 10:52 조회수7458



"억울하고 또 억울하다!"


이른 아침부터 서킷에 울려퍼진 타이어 미끄러지는 소리가 이렇게 들리는듯 했다. 쉐보레가 지난 25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올 뉴 크루즈 퍼포먼스 데이(All New Cruze Performance Day)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 1월 출시한 올 뉴 크루즈는 현재까지도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판매량만 살펴봐도 최대 경쟁자 아반떼는 8,265대나 팔렸지만 크루즈는 1,518대에 그쳤다. 9년 만에 선보인 풀체인지 모델이라는 점이 무색할 정도다.


▲ 쉐보레 올 뉴 크루즈와 현대 아반떼 AD


판매량이 이토록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출시 가격'때문이다. 첫 출시 당시, 대부분의 트림이 2천만 원을 가뿐히 넘겼고 가장 저렴한 LS 트림(1,890만 원)도 현대 아반떼의 가장 낮은 트림보다 400만 원이나 비쌌다. 국내 소비자들은 크루즈의 가격표를 납득하지 못했고 결과는 판매부진으로 여과없이 나타났다.



크루즈 숨넘어가는 소리에 쉐보레는 다양한 응급조치를 취하고 있다. 응급조치 1호는 '가격 인하'였다. 출시 3개월만에 최고 200만 원을 할인하며 가격 공세에 나선 것.


이번에 진행된 크루즈 퍼포먼스 데이는 응급조치 2호쯤 될 듯하다. 파격할인에도 여전히 아반떼보다 비싼 크루즈다. 이에 대한 억울함의 호소랄까? 서킷이라는 대나무숲에서 쉐보레가 외친 가격의 비밀을 알아보자.



# 비싸도 좋은 부품 씁니다!


대놓고 까발렸다. 이날 행사에는 크루즈만큼 많은 수의 아반떼가 동원됐다. 펄럭이는 쉐보레 깃발만 없었다면 현대차 행사인지 헷갈렸을 정도.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까지 비교해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부품이 스티어링 너클이다. 너클은 서스펜션 부위에 사용하는 부품으로 좌우측으로 꺾이는 관절 역할을 해 바퀴를 조향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 아반떼의 검은색 너클(좌)과 크루즈의 은색 너클(우)


사진에서 볼 수 있듯 크기와 굵기부터 확연히 차이난다. 크루즈의 은색 너클이 훨씬 굵지만 직접 들어보면 무게는 훨씬 가볍다. 스틸로 제작한 아반떼 너클에 비해 크루즈 너클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더 가볍고 더 튼튼하다는 말씀.


차체 강성에 대한 부분도 짚고 넘어가자. 크루즈 차체에 사용된 강판을 직접 뚫어보는 시간도 있었지만 이보다 크루즈 레이싱머신 제작과정을 소개하는 편이 더 와닿을 듯하다.


▲ 망치로 두들겨도 손상이 가지 않는 크루즈 차체 강판


▲ 드릴로도 잘 뚫리지 않는 크루즈 차체 강판


설명을 담당한 쉐보레 레이싱팀 이재우 감독은 크루즈 레이싱카를 만들 당시의 어려웠던 기억을 꺼내며, 크루즈 차체가 워낙 튼튼하기 때문에 드릴로 구멍 뚫기가 상당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구멍 한개를 뚫으면 드릴 날이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기 때문에 수십개를 쌓아놓고 작업했다고. 강판의 아연 도금률이 높다보니 접합 부위 용접에도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한다. 참고로 아연 도금률이 높은 차체는 부식에 강하다.


▲ 쉐보레 레이싱팀의 크루즈 레이싱카


▲ 쉐보레 레이싱팀 이재우 감독이 크루즈 레이싱카를 설명하고 있다


강성이 좋다보니 이전 세대 크루즈는 무려 7년 동안이나 같은 차체로 레이싱을 펼쳤다. 레이싱카의 평균적인 수명이 2년에서 3년 정도니 상당히 오래 버틴 셈이다.


쉐보레는 가격이 비싸도 좋은 부품을 쓰는 이유를 단연 '안전'으로 꼽았다. 보이지 않는 부품일지라도 고객의 안전을 담보로 원가절감하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 용접 및 리벳 작업 과정에서 상당히 애를 먹은 크루즈 레이싱카


▲ 크루즈의 차체는 강성이 좋으면서도 가볍다. 때문에 납을 쌓아 레이싱 대회 무게규정을 맞춰야만 했다


# 그래서 잘 달립니다!


좋은 부품과 강한 차체는 안전뿐 아니라 달리기 실력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크루즈 퍼포먼스 데이에서는 슬라럼과 트랙 주행을 통해 크루즈와 아반떼의 주행성능을 대놓고 비교할 수 있었다.


대놓고 비교한 주행성능은 어땠을까? 슬라럼 테스트에서는 크루즈가 아반떼보다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처음 운전석에 앉으면 아반떼보다 크루즈의 시트포지션이 좀 더 낮고 조절폭도 크기 때문에 더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사이드 볼스터도 깊어 몸을 잘 잡아준다. 사이드 볼스터가 깊은 게 스포츠 주행에는 유리하지만, 실제 승하차 시에는 볼스터가 강하지 않은 게 편하다. 자주 타고 내리는 이는 아반떼의 시트가 더 낫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스티어링 휠 감각은 아반떼가 훨씬 가볍다. 좁은 간격의 러버콘을 교차하는 슬라럼에서 아반떼의 가벼운 스티어링 휠은 조작하기가 아주 쉽다.


스티어링 휠을 짧게 좌우로 연달아 꺾어보면 아반떼의 롤링이 좀 더 크게 다가온다. 덕분에 스티어링 휠의 이질감이 생기면서 차체가 기대 만큼 찰지게 움직인다는 느낌은 덜 받는다. 


운전대를 쉽게 통제할 수 있고, 전반적으로 부드럽게 노면정보를 전달하는 점은 장점이지만, 쉬운 조작을 위해 급격한 움직임 속에서의 안정감은 소폭 내준듯 했다.




▲ 슬라럼 테스트 중인 현대 아반떼


반면, 크루즈의 스티어링 휠은 아반떼보다 좀 더 묵직한 편이다. 좌우로 흔들었을 때도 네 바퀴가 더 꽉 잡힌 느낌이다. 그렇다고 무겁거나 불편한 수준은 아니었다. 반응성도 아반떼 보다 즉각적이었다. 덕분에 크루즈를 이용한 슬라럼 테스트에서는 좀 더 빠른 속도로 코스를 통과할 수 있었다.


"더 해볼까?" 크루즈를 이용한 마지막 슬라럼에서는 조금 더 한계로 밀어부쳐 봤다. 아니나 다를까. 아반떼보다 빠르게 라바콘을 통과할 수 있었다. 주목할 것은 넘어뜨린 러버콘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 크루즈는 속도에 못이겨 코스를 벗어날지언정 빠른 시간 안에 제자리를 찾아간다. 슬라럼에서는 전체적으로 크루즈가 좀 더 스티어링 휠 반응성이 좋고 자세를 잡는 능력도 좋았다.


단, 아반떼 시승차가 이 사람, 저 사람 다 타는 렌트카였다는 사실과 타이어가 17인치로 크루즈보다 한 인치 작았고, 접지력에서 손해를 볼 수 있는 사계절타이어였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슬라럼 테스트 중인 쉐보레 크루즈


▲ 현대 아반떼 AD 슬라럼 주행


▲ 쉐보레 올 뉴 크루즈와 현대 아반떼 AD

쉐보레가 경쟁 모델 까지 갖다놓고 이렇게 대놓고 비교시키는 이유는 뭐였을까? 공개적으로 이런 행사를 진행할 만큼 자신감이 있는 것 같았다. 

크루즈는 과연 슬라럼 테스트에서 보여준 면모를 서킷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까? 서킷주행에서도 크루즈와 아반떼를 번갈아가며 시승할 수 있었다. 아반떼와 크루즈의 서킷 주행감각은 레이싱 선수가 아닌 일반인이 주행해도 알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다.


▲ 서킷 주행 중인 쉐보레 크루즈


▲ 서킷 주행 중인 현대 아반떼


가속감은 전반적으로 크루즈가 더 뛰어났다. 단순히 엔진 수치만 봐도 가속력에서 크루즈가 유리하다.


아반떼는 1.6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크루즈는 1.4리터 터보차저 엔진을 얹었다. 크루즈가 배기량이 더 작긴 하지만, 아반떼(132마력, 16.4kg∙m)보다 크루즈(153마력, 24.5kg∙m)가 제원상으로 힘이 더 좋다. 


실제로 크루즈가 초반 반응이 더 앞섰고, 직선 구간에서도 등을 밀어주는 능력이 더 뛰어났다. 크루즈의 덩치가 더 크고, 터보차저 등 이런 저런 부품들이 달리면서 30kg 더 무거워졌음에도 몸놀림이 더 가벼웠다.


▲ 크루즈(붉은줄)와 아반떼(푸른줄)의 서킷 주행 로그데이터, 가로=시간/세로=속도



코너 탈출 시 가속은 두 모델의 실력이 대동소이 했다. 토크가 9kg.m가량 더 높은 크루즈가 좀 더 가속감이 좋은 듯 예상했지만, 실제 주행 시, 터보차저를 장착한 크루즈보다는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한 아반떼가 반응성이 좀 더 빠를 때도 있었다. 지속적으로 등을 꾸준하게 밀어주는 능력은 크루즈가, 순간적인 힘으로 등을 밀어주는 능력은 아반떼가 좀 더 나았다. 


쉐보레 레이싱팀이 제시한 서킷 로그데이터에서도 이 둘의 용호상박 관계는 잘 드러난다. 그래프를 살펴보면 코너 탈출 후 가속 구간(그래프가 오른쪽 위로 꺾이기 시작하는 지점)에서 아반떼의 기울기가 초반에는 더 크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크루즈가 줄곧 앞서나가는 곳이 보인다.


▲ 서킷 주행 중인 크루즈와 아반떼


제동 능력은 두 모델의 실력이 대동소이했다. 전체적인 제동 성능에서 큰 차이는 느낄 수 없었다. 다만, 아반떼가 좀 더 예민하고 즉각적이라 도심 주행에서는 유리해 보인다. 


제동시 안정감에서는 크루즈가 아반떼보다 뛰어났다. 특히 아반떼는 제동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일 때 간헐적으로 차체가 떠는 듯한 느낌이 있다. 체계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은 렌트카인데다 휠도 17인치로 크루즈보다 한사이즈 작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어진 택시타임에서는 더 높은 한계를 느껴볼 수 있었다. 크루즈는 고속으로 코너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차체가 미끌리는데도 꿋꿋히 제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배터리를 트렁크 뒤에 놓는 등 무게배분에도 신경썼기 때문일 터. 아반떼도 뛰어난 코너링 성능을 뽐냈지만 크루즈보다는 언더스티어 경향이 좀 더 드러났다.



▲현대 아반떼 A 서킷주행 택시타임


▲ 쉐보레 크루즈 서킷주행 택시타임

# 준중형차라는 이름의 무게


중형차라는 타이틀은 생각보다 무겁다. 뒷좌석 회장님만 만족시키면 그만인 럭셔리카나, 운전자만 만족시키면 되는 스포츠카와는 차원이 다르다.


전자의 주행느낌과 동승자의 편안함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도 이들을 만족시킬 적재공간, 편의성, 저렴한 가격, 내구성 등 갖추어야할 조건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크루즈가 쉐보레에서 갖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쉐보레가 서킷이라는 대나무숲에서 외치고 싶었던 비밀은 '누가 더 잘 달리느냐'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더 튼튼하고 가볍고 안전한 부품을 사용해 기본에 충실했다는 것. '크루즈가 아반떼보다 비싸서 별로'라는 단순 명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쉐보레의 외침이 아니었을까.


박지훈 jihnpark@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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