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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록» - 한국적 만화의 또다른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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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31


    리율 작가의 «신기록»은 ‘한국의 귀신’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귀신과 관련된 한국의 여러 전통 설화는 그 방대한 양에 비해 대중들에게 충분히 알려져있지 않은데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학문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기간이 오래 되었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한국의 전통 구전설화와 여러 귀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는데요, «신기록»은 그 결과물의 대중예술을 통한 현대적 승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품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옛날 어느 한 마을에 만신 어머니와 함께 사는 세진이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사냥꾼들이 머물다 가는 계절인 어느 가을, 세진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상이가 사냥꾼이 되어 돌아왔네요. 상이의 보호자 격인 상급사냥꾼 덕춘과 사냥꾼 동료인 혜윤과 혜산도 함께 마을로 왔습니다. 세진과 상이가 덕춘과 혜윤 ・ 혜산, 그리고 만신인 세진의 어머니와 함께 여러 귀신들을 경험하는 이야기입니다. 귀신 이야기라고 해도 공포물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옛부터 전해내려온 ‘신’들에 관한 이야기니까요. 여러 전래 귀신 설화가 등장인물의 이야기와 어우러져 신비스러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 각 이야기 말미에 소재가 된 귀신의 이야기를 정리해줍니다.


    이 작품으로 데뷔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리율 작가는 참신한 소재와 아름다운 작화, 개연성 있는 이야기 전개를 보여줍니다. 작가는 만화적 그림체를 바탕으로 동양화의 선과 색을 담아 그림 자체만으로 독특하고 고유한 정서를 전달합니다. 정적인 묘사나 인물 및 배경의 구도같은 요소를 통해 동양적 화풍을 담으려 노력했음이 느껴지며, 고전문학의 문체를 빌려온 지문은 작품의 토속적 분위기를 더욱 강화시킵니다. 참신한 소재 발굴과 표현의 독창성 덕분일까요? 작가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신기록»은 2013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콘텐츠 진흥원장상을 수상했습니다. 


▲ 동양화의 화풍을 만화와 조화시키려 고심했음이 여실히 느껴집니다.


    주요 등장인물인 세진과 상이, 덕춘과 혜윤 ・ 혜산 사이에 일어나는 일도 물론 흥미진진합니다만,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귀신들의 이야기이고,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의 역할만 수행합니다. 이야기는 자연히 액자식 구성을 보이게 되고, 인물은 귀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액자가 됩니다. 귀신이라는 소재를 ‘설명’하지 않고 ‘극’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놀랍습니다. 어쩌면 이 작품이 앞으로 고전적 소재를 다루는 웹툰의 한 형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을 기록한 이야기’라는 뜻의 «신기록»은 그 뜻처럼 신비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신비롭다는 것은 미스터리하다는 것과는 달라서,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알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것이죠. 성스러움을 간직한 미지의 것, 그것이 신비로운 신의 이야기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신비로운 한국의 토속적 이야기를 이렇게나 아름다운 그림과 이야기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소재 발굴과 작화의 어려움 때문인지, 작품은 격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작품을 기다릴 수 있다면, 2주의 기다림이 지루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MrCrazyani

심층적 웹툰 분석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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