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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렙전사» - 프로페셔널한 순수 오락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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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9


    저는 가끔씩 게임을 합니다. 대단히 마니악하거나 컬트적인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남들 다 하는 정도의 게임을 합니다. 게임을 하는 데는 무슨 목적이 있을까요? 현실과는 다른 강한 나를 위해? 스트레스를 풀려고? 사실 그런 거 없습니다. 다들 아시잖아요. 그저 재미있어서 하는 겁니다. 조작 자체가, 성장 자체가, 수집 자체가 재미있으니까 그 재미를 위해 하는 겁니다. 거창하지 않은 말초적인 자극. 그것은 게임의 필요조건입니다.


    만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만화가 대중예술의 영역에 들어온 이상, 어떤 만화는 예술적 순수성을 추구할 수 있지만 그 예술적 순수성이 만화의 필요조건인 것은 아닙니다. 김세훈 작가의 «열렙전사»는 이러한 오락물로서의 만화에 충실한 작품입니다. RPG 게임의 플레이를 그대로 옮겨놓은, 오히려 만화적 표현을 통해 더욱 박진감 넘치게 묘사하는 «열렙전사»는 소재, 스토리, 작화, 연출 등 모든 면에서 ‘프로페셔널’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작화만으로도 ‘프로페셔널’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얼개는 현실과 게임 두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근미래의 어느 시점에 개발된 게임 ‘루시드 어드벤처’는 플레이어가 잠드는 순간 게임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현실의 나는 게임의 나와 구분되지 않고, 게임에서의 경험과 감각은 현실에서도 그대로 체험되죠. 게다가 게이머의 행동에 따라 설정과 퀘스트, 게임 속 이야기도 변화합니다. 주인공인 ‘열렙전사’는 게임 속 랭킹 1위의 유저이지만 현실에서는 빚을 갚기 위해 작업장에서 게임을 하는 청년 ‘원호’였습니다. 게임에서의 승승장구에 힘입어 현실의 삶도 나아졌지만, 게임 속 캐릭터의 죽음으로 모든 능력치가 1이 되어버렸군요. 원호는 다시 작업장에 갇히고, 열렙전사는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 오래 전 열렙전사가 구해준 캐릭터 ‘소라’와, 루시드 어드벤처의 제작사 ‘기가’ 회장의 손자인 ‘다크’와 함께 ‘열렙’을 목표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 챕터 1 스타트!


    독자는 플레이어가 되어 퀘스트하듯 스토리를 따라가게 됩니다. 웹툰과 게임은 현재 청년층 대부분이 공유하는 오락거리인 만큼, 독자 대부분의 공통 경험에 기댄 극 전개는 무리 없이 받아들여집니다. 특히 ‘고렙’과 ‘저렙’이 한 파티를 이루어 퀘스트를 클리어한다는 설정은 기존의 게임 소재 만화와는 다른데요,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쩔’(고레벨 유저가 저레벨 유저의 빠른 성장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개념이 있었기에 가능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열렙전사»는 ‘프로페셔널’한 작품입니다. 다시 말해, 순수 오락물로서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작품입니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작화, 박진감 넘치는 연출, 개연성 있는 극의 진행, 적절한 수위의 폭력성과 선정성 등으로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여 오락물의 목적인 ‘재미’를 달성합니다. 문자 그대로의 ‘재미있는 만화’를 찾는다면, «열렙전사»가 딱이겠네요.

MrCrazyani

심층적 웹툰 분석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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