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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내세우는 현대차, 그들이 일궈놓은 '패밀리 룩'

등록일2017.07.10 12:59 조회수7764





현대차가 해외에서 디자인상을 받았다는 소식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매년 여기저기서 몇 개씩 타오는 정도가 되다 보니, 그럴 법도 하다. 최근에는 현대 ‘쏘나타 뉴라이즈’와 ‘i30’가 ‘IDEA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다.


꼭 수상 소식을 자랑하지 않더라도 근래 출시되는 현대차의 디자인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제는 싸구려 취급받던 과거 모습은 떠올리기 힘들 정도가 됐으며, 오히려 다른 경쟁 브랜드를 뛰어넘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1967년 설립된 현대차는 2016년 기준 전 세계에 486만 대를 판매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동안 현대차는 독자기술을 확보하고 괄목할만한 품질 향상을 이뤘으며 발 빠른 마케팅으로 시장을 넓혀왔다. 이런 성장에는 분명 디자인 실력 향상도 한몫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과거 각각의 모델이 저마다 다른 생김새를 지녔던 '족보 없는' 디자인에서, 오늘날의 현대차는 '플루이딕 스컬프쳐 2.0'와 '캐스케이딩 그릴'로 대변되며 확실한 패밀리룩을 구축했다. 이제 어떤 모델이든 현대 로고를 슬쩍 가려도, 현대차 가문의 일원임을 바로 알 수 있는 수준이 됐다.




패밀리룩은 결코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략적으로 뛰어난 디자이너들을 확보하고, 디자인 철학을 구축함과 동시에, 디자이너들의 상상력을 실현시켜줄 기술력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한 결과다. 현대차가 구축한 패밀리룩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훑어보자.


NF 쏘나타, 슬슬 닮아가다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으나, 본 기자가 볼 때 현대차 디자인은 NF 쏘나타 등장 이후 조금씩 닮아갔다.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현대차 디자인은 일관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예쁘지 않다기보다는 ‘색깔’이 없었다. 차종마다 제 갈 길을 가버린 디자인은 한 제조사에서 만든 차라고 하기에 너무나도 제각각이었다.


▲NF 쏘나타


NF 쏘나타 등장 이후에 나온 현대차는 사뭇 달랐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그랜저 TG, 싼타페 CM까지 나름 어렴풋이 비슷한 헤드램프에 라디에이터 그릴을 달고 나오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현대 ‘패밀리 룩’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닮은 수준이다.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철학이 없었고, 각 모델을 관통하는 DNA가 강하지 않았다.

▲위 : NF 쏘나타 / 좌 : 그랜저 TG / 우 : 싼타페 CM


‘플루이딕 스컬프쳐 1.0’ 이게 바로 진짜 현대 느낌!

2009년 등장한 YF 쏘나타는 한마디로 ‘파격’이었다. '무개성이 개성'일 만큼 점잖고 특징이 없었던 중형 페밀리 세단에 날렵한 실루엣과 과감한 캐릭터라인, 날카로운 눈매를 적용했다. 한참 뒤로 누운 C필러가 선보이는 쿠페형 스타일링을 두고 많은 이들이 메르세데스-벤츠 CLS와 비교하기도 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지만, 그만큼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으며 성공적인 판매량과 함께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여담이지만 당시 쏘나타의 뜨거운 반응에 자극받은 경쟁 브랜드 디자인팀에서 YF 쏘나타 사진을 벽에 걸어놓고 다음 모델을 구상했다는 풍문도 들렸다.





현대차가 YF 쏘나타를 출시하며 꺼내든 용어가 바로 '플루이딕 스컬프쳐(Fluidic Sculpture)'다. 우리 말로 직역하면 ‘유체적인 조각품’ 쯤 되겠다. 비로소 현대차 디자인을 한마디로 정의 할 수 있는 철학이 생겼으며, 이후 출시된 모든 현대 형제들은 이 '플루이딕 스컬프쳐'를 기반으로 그려졌다.


현대차는 '플루이딕 스컬프쳐'가 마치 물이 흐르듯 자동차 앞부터 뒤까지 자연스럽게 흐르는 유연하고 리듬감 넘치는 모습을 구현했으며, 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잠깐만 시간을 90년대 초반으로 돌려보자. '92년 북미 국제 오토쇼에 선보인 현대차 최초의 컨셉트카 'HCD-1'은 '올해의 컨셉트카' 상을 수상한다. 현대차는 YF 쏘나타에 적용된 '플루이딕 스컬프쳐'가 16년 전 'HCD-1'의 풍성한 볼륨과 곡선에서 비롯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HCD-1


현대차의 얼굴, 헥사고날 그릴

BMW의 키드니 그릴, 아우디의 싱글프레임 그릴, 부가티의 말발굽 그릴 등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가장 좋은 요소 중 하나가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현대차도 자기만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만들었으니 바로 육각형 모양 '헥사고날 그릴'이다.

▲(좌상단 부터 시계방향으로) 액센트, i30, 투싼, 아반떼

▲아반떼MD에 적용된 헥사고날 그릴


헥사고날 그릴의 첫 수혜자는 아반떼 MD였다. 플루이딕 스컬프처 옷을 입고, 헥사고날 그릴로 메이크업까지 받은 아반떼 MD는 당시 가장 현대차 다운 디자인의 정수였다.

항상 새로운 디자인이 그렇지만, 헥사고날 그릴 역시 처음 등장했을 당시 많은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 '아우디를 닮았다', '곤충룩이냐', '삼엽충이다' 등 많은 비아냥을 들었지만, 점차 많은 모델에 적용되고 사람들의 눈에 익으며 당당히 현대차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인상을 펴고 단정해 지다. ‘플루이딕 스컬프쳐 2.0’


현대차는 '플루이딕 스컬프처'로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함과 동시에 인지도를 높이고 판매량에서도 큰 재미를 보자, 2014년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을 들고나왔다.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은 '1.0'에 비해 곡선보다 직선을 쓰고, 선과 면을 정돈해 한결 정갈하고 어른스러워졌다. 관계자들도 디자일을 설명하며 'Refine(정제)'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2세대 제네시스


2세대 제네시스(현재 ‘G80’)가 가장 먼저 '2.0'으로 업그레이드 받았다. 단정하면서 역동적인 2세대 제네시스는 수준높은 디자인이다. 


그 후 '제네시스'가 고급차 브랜드 이름으로 격상되며 2세대 제네시스가 'G80'으로 개명하자, 진정한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의 후계자는 LF 쏘나타가 됐다.


▲LF 쏘나타

▲위 : YF 쏘나타 / 아래 : LF 쏘나타


G80에 입혀진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이 대형 세단의 멋을 절묘하게 담아냈다면, LF 쏘나타에 입혀진 '플루이딕 스커프처 2.0'은 YF 때 만큼 큰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시장에서 쏘나타의 입지가 좁아진 탓에 판매량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현대는 '쏘나타 뉴 라이즈'를 통해 대대적인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게 된다. '쏘나타 뉴 라이즈'는 캐스케이딩 그릴을 더하고 젊은 느낌을 가미했다.


윗급 모델인 그랜저가 한참 젊어진 탓에 동생인 쏘나타는 그보다 더 젊어질 필요도 있었다. 어쨌든 다시 YF 때 만큼 '회춘'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쏟아지는 쇳물, 캐스케이딩 그릴


2016년 등장한 3세대 i30는 캐스테이딩 그릴로 얼굴을 단장했다. 전체적인 형상은 기존 헥사고날 그릴과 크게 다르지 않아 '헥사고날 그릴 2.0'이라고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릴 하단 양옆을 더 길고 오목하게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현대는 '쇳물의 흐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홍보담당부서에서 스토리 텔링을 위해 지어낸 얘기 같지만 어쨌거나 디자인은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i30에 적용된 '캐스케이딩 그릴'


캐스케이딩 그릴은 독립 고급 브랜드로 떨어져 나간 제네시스와 디자인 차별성을 높이고 헥사고날 그릴에 신선한 느낌을 더하기 위해 등장했다. 


i30 이후 등장한 쏘나타 뉴라이즈, 그랜저, 코나 등에 이미 캐스케이딩 그릴이 적용됐으며, 처음 헥사고날 그릴이 등장했을 때보단 시장에서 거부감이 크지 않다. 머지않아 등장할 '싼타페'의 위장막 아래로도 캐스케이딩 그릴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가 앞으로 나아갈 디자인 방향성 ‘코나’


얼마 전 현대가 출시한 소형 SUV '코나'는 어딜 가나 화두다. 소형 SUV 시장이 워낙 뜨겁기도 하고, 현대가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터라 '얼마나 잘 만들었나 보자'는 심산도 깔려있기 때문. 여기에 코나의 독특한 디자인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 '코나'


코나의 얼굴에서 주목받는 디자인 요소는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을 위, 전조등을 아래에 나눠 배치한 ‘컴포지트 램프(Composite Lamp)’다. 과연 이 독특한 디자인은 미래 현대차의 디자인 포인트로 자리 잡을까?


현대차는 코나가 앞으로 현대차가 나아갈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언급했다. 얼마전 카랩이 촬영한 사진을 봐도, 코나의 컴포지트 램프가 차세대 싼타페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형 싼타페 스파이샷. 전면 굴곡과 램프 배치가 컴포지트 램프와 매우 닮았다.


자동차를 구매할 때 수많은 잣대를 가져다 대지만, 디자인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구매 결정 버튼은 ‘디자인’을 보고 누른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많은 회사들이 유능한 디자이너 영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실제로 한솥밥을 먹는 기아차만 봐도 그렇다. 2006년 기아차는 아우디 TT로 유명한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폭스바겐에서 데려와 그의 손 아래서 세련된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디자인 기아'의 시작을 알린 역작 1세대 K5도 피터 슈라이어가 잡은 펜에서 탄생했다.


▲피터 슈라이어가 디자인해 큰 성공을 거둔 1세대 K5


이후 현대기아차는 제네시스 출범과 더불어 벤틀리를 이끌던 '루크 동커볼케'와 '이상엽' 디자이너를 차례로 영입했다. 경영진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동차는 점점 보편화되고, 그 성능은 점점 평준화되고 있다. 자동차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기차 시대에는 변화의 폭이 예전과 같이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락하는 누군가가 등장할 것이며, 테슬라처럼 치고 올라가는 로켓 랜드도 등장할 터다.


그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무기는 바로 지금껏 이야기한 '디자인'이다. 그렇기에 현대차가 보여주는 ‘디자인 브랜드화’는 굉장히 고무적이다.


코나 출시 현장에서 만난 이상엽 현대차 스타일링 담당 상무는 '현대차는 패밀리룩을 유지하되, 각 모델의 개성도 충분히 반영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적어도 '대중소' 디자인이 가져올 심심함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지 :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황창식 inthecar-hwang@carlab.co.kr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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