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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해도 괜찮아] #01 어떤 교집합 + 럭키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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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6


 

결제해도 괜찮아 #01 어떤 교집합 (+ 럭키 미)

 

작가 : 고아라

장르 : 드라마

연재 : 다음 만화 속 세상

결제 정보 : <어떤 교집합> 40화 완결 600원, <럭키 미> 12화 완결 500원 (5일간 열람)

완독 소요시간 : 두 편 이어서 5시간 내외

 

 <어떤 교집합>의 세 주인공. 수옹, 수정, 송 삼촌.

 

 

 

 말끔하고 정확하게 그은 선, 가독성을 배려한 서체를 사용한 대사와 나레이션, 모자람 없이 필요한 딱 그 자리에 입혀진 컬러와 명암을 드러내는 저마다의 방식. 처음부터 컴퓨터로 작업하는 많은 웹툰들과 고아라의 작품은 모양새부터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손그림과 동글동글한 글씨, 번질 듯 제자리에 존재하는 묽은 색깔들. 수채화 만화,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이 있는 그림, 이란 설명은 그의 만화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이야기다. 그런 그림으로 조심스럽게, 밉지 않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작은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키우는 고양이가, 내가 집에 없을 때 사람으로 변신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사랑스러운 작품 <어서와>가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독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기다림이 충분히 지루해졌을 즈음 <어떤 교집합> 연재가 시작됐다. 제목처럼 그다지 닮은 구석이 없어 뵈는 몇 사람들이 만나 종이에 물감이 번지고 스미듯 가까워지고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다. 주인공이 아닌 ‘화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갓 스물, 대학 새내기 남자애 수옹의 시선을 따라 한옥체험관이자 게스트하우스인 ‘우리 집’을 운영하는 용 삼촌, 용 삼촌의 장기 여행 때문에 시골에서 상경해 반 년 간 임시로 우리 집 운영을 맡아 줄 송 삼촌, 그리고 우리 집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여자, 수정의 모습을 본다.

나이 서른에, 직업 없이 시골 고향집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던 송 삼촌, 이윤송은 형인 용 삼촌의 부탁으로 게스트하우스를 대신 운영하기 위해 상경한다. 서울의 탁한 공기에 숨을 쉴 수가 없다며 서울에 닿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급히 마스크를 찾아 쓰는 송에게 ‘우리 집’이 있는 북촌은 길 건너편 부산스럽고 화려한 도심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시간이 멈춘 (자신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는 동네다. 서울은 싫고, 낯선 곳에서 어릴 적 친구와 조우하는 것 역시 마뜩찮고, 인근 지리도 익힐 겸 시내 관광을 하고 오라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마치 어린 시절 어느 지점에서 그의 시간은 멈춘 듯, 고향집에서 보냈던 수옹과의 한 때를 떠올리며 같이 놀자거나 혹은 같이 자자거나 여러모로 수옹을 귀찮게 한다.

 

 


‘우리집(위)’은 송 삼촌에겐 마음 둘 수 없었나보다. ‘진짜 우리집(아래)’ 이야기를 자꾸 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용 삼촌은 수옹에게 게스트하우스 일을 잘 도와주길 당부하며 한 가지를 더한다. ‘저 둘을 잘 살펴보라’고. 둘은 바로 송 삼촌과 수정 누나. 과거에 갇혀 있는 건지 현재를 살아갈 힘을 잃어버린 건지, 아니면 무언가로부터 힘껏 도망치는 중인지 모를 답답한 송 삼촌의 시선 끝에는 수정 누나가 있다. 조그만 키와 학생 같은 옷차림. 그녀는 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친구들이 취직을 한 뒤에도 여전히 도서관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취업 준비생이다. ‘우리 집’ 근처에서 우연히 마주친 친구가 반가움에 말을 걸어와도 내내 시큰둥하다. 북촌 너머 거대하게 들어 찬 고층빌딩, 그 어딘가에 자리를 잡은 취업‘완료’생 친구에게 아직 취업‘준비’생 수정은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없다. “가끔 불안해져. 이렇게 살다가 이렇게 활자 안에 갇혀 있다가, 잊힐 까봐. 없는 사람이 될까봐 두려워. 가끔은 내가 숨 쉬고 있는 공기마저 아까울 때가 있다.” 수정의 말은 모든 취업준비생들의 불안을 뒤흔든다.

별로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송과 수정을 지켜보며, 수옹은 둘의 교집합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사사롭게는 단 것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것부터 왠지 칠칠치 못해 걱정을 유발하는 점, 자의든 타의든 ‘북촌’이란 서울에서도 특별한 한시적 장소에서, 각자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데면데면해 보이는 둘의 사이가 서서히 좁혀지는 것도. 수옹에게 ‘지켜보라’던 용 삼촌의 말처럼 자신은 그들 사이에 -아니 어디에라도- 스며들지 못하고 제 3자로 남았다는 걸 아프게 깨달은 건 또 하나의 발견이다.

 


<어떤 교집합>. 생각할 거리도, 곱씹어 생각할 대사도 많이 안겨준다.

 

 

 남들이 볼 때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지금쯤 떨쳐내고도 남았을 일이 다름 아닌 내게는 너무나 크고 무거워, 버릴 수도 끌어안고만 있을 수도 없는 괴로운 것일 수 있다. 송 삼촌의 서울 울렁증의 원인, 수정의 자존감이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내려가게 된 이유, 수옹이 적극적으로 나를 둘러싼 관계에서조차 손님이고 관찰자인, 이유.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걸, 스스로 극복하기를 지켜봐주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사람의 불행을 어떻게 가늠하고 재단할 수 있겠어요. 어떻게 섣부른 위로의 말로 그 사람의 구멍을 메꿀 수 있겠어요.” 그러면서도 때로는 나를 중심으로 그린 원과 겹치는, ‘교집합’이 있는 이들의 적당한 오지랖이 나를 양지바른 곳으로 이끌기도 한다는 걸 내비친다. ‘천천히 천천히,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스며들고 싶다.’는 수옹의 마지막 독백은 <어떤 교집합>의 청춘들의 시간이 올바른 속도로 흐르기 시작했다는 흐뭇한 보고다. 이토록 따스한 감수성의 그림과 못된 사람 하나 없이 사사로이 흐르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독자들은 먹먹한 심정으로 울음을 삼킬 것이다. ‘어,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 아쉬움 섞인 후련함은 여운과 함께 곧 뒤따라 올 것이다.

 

 

 <럭키 미>

 

 

 그리고, <어떤 교집합>의 여운에 아쉽고 아쉬운 독자들에게 소품 같은 느낌의 <럭키 미>도 추천한다. 실명 고두식, 그러나 고구마로 불리는 대학 졸업 예정자. 여자친구가 다른 친구와 연인이 되는 걸, 사람 좋은 웃음으로 지켜보는 왠지 ‘짠한’ 사내의 이야기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아름다운 여성에게 말을 걸고, 시골집에 내려왔는데 그녀를 거기서 다시 만난다. 평생의 행운을 다 써버린 건가?! 싶지만 그녀의 정체가 연예인 ‘티티’임을 눈치 채고 집요한 확인 작업에 착수한다. 이목을 피해 한적한 곳에 온 듯한 ‘티티’의 미움을 사기 딱 좋은 짓이지만 만화의 제목이 <럭키 미>인 걸 기억하자. 떠나보낸 옛 연인을 향한 마음을 접지 못하고 당연한 듯 혼자 지내온 고구마에게 떨어지는 행운이 여기까지라면 곤란하다. ‘나를, 우리를 기억해내 줘.’ 고구마에게 티티는 지속적으로 사인을 보낸다. 과거에 무언가 접점이 있나보다, 슬슬 입질이 오지만 그건 독자에게만 그런 듯 사람만 좋은 고구마는 모른다. 사실, 그것만 모르는 건 아니다. 빠듯한 집안 사정을 애써 외면하고 ‘하고 싶은 걸 하라’던 언젠가 그 누군가의 말처럼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고 친누나의 희생은 생각도 못한다. 소곤소곤 귓가에 속삭이는 달콤한 이야기의 줄기 속에도 한 덩이 짐을 놓아둔 건 작가의 작은 심술인지 독자의 현실감각 유지를 위한 배려인지. 어쨌든 <럭키 미>는 ‘잘 되어도 너무 잘’된 깔끔한 매듭을 짓는다. <어떤 교집합>의 여운에 자꾸만 먹먹하다면 <럭키 미>로 마무리 하는 것도 좋을 듯.



출처 : 에이코믹스 https://acomics.webtoonguide.com/archives/13865

윤태호 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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