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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디자인? 잘 빼는 것 볼보 XC60 이정현 디자이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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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9


▲XC60과 XC60을 빚어낸 이정현 디자이너


["좋은 디자인? 잘 빼는 것" 볼보 XC60 이정현 디자이너 인터뷰]


"이야 잘 생겼다"


XC60 출시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다. 현장에 있던 미디어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XC60의 디자인을 호평했다. 디자인은 주관이 개입되기 때문에 늘 호불호가 갈리지만 XC60만큼 모두가 외모를 칭찬하는 차는 드물다. 

알고봤더니 이 차, 우리나라 사람이 디자인을 주도했다. 볼보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디자이너 이정현 씨다. 


그는 1979년생으로 건국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스웨덴 우메오 대학교에서 자동차 디자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스웨덴에 10년째 살면서 스웨덴 태생의 멋진 자동차들을 빚어내고 있다. 


XC60 국내 출시를 기념해 한국을 찾은 이정현 디자이너가 국내 매체들과 인터뷰를 갖고 XC60과 관련된 개발과정, 그가 생각하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특징에 대해 풀어놨다. XC60만큼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Q: 유학 전 공대를 졸업했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돼야겠다는 동기는 무엇이었나?


A: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잘 그렸고 자동차, 비행기 같은 기계들도 좋아했다. 군대도 공군에서 전투기 F-4 팬텀 정비병으로 복무했다. 과연 기계공학을 계속 하면서 평생 즐길 수 있을지 자문했으나 자신 없었다.

평생 열정을 갖고 잘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한 결과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답이 나왔다. 복학 후, 대학교 3-4학년을 다니며 유학 준비를 했다.


Q: 공대 출신으로서 디자인 하는데 어떤 영향을 받나?

A: 엔지니어와의 협업에서 공기역학 등 기술적인 부분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그들만큼 깊게 알진 못하지만 한번 들어봤던 얘기기 때문에 조율이 쉽다. 그래서 사이도 좋고, 회사 내에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사이 중간자 역할을 하는 편이다.



Q: 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자동차 회사 중 볼보를 지원했던 이유는?


A: 처음 유학을 준비할 때는 국내에 북유럽 디자인이 유명해지기 전이었다. 하지만 준비 중 북유럽 디자인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스웨덴으로 유학을 갔던 것도 볼보가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졸업 후에도 오직 볼보에만 입사지원을 했다.



Q: XC60 이전에는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나?


A: 입사했던 2010년부터 XC60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2013년 초까지는 선행디자인팀에서 컨셉트카를 그렸다. 토마스 잉엔라스(Thomas Ingenlath)가 볼보 디자인 총괄로 부임해 선행디자인팀과 외관디자인팀을 통합했고, 양산차 프로젝트 경쟁에 뛰어들 수 있었다.



Q: 볼보 디자인 스튜디오의 분위기는?


A: 상대적으로 디자이너가 적고 나이대도 30대 후반으로 비슷한 동료가 많아 친구처럼 가깝다. 신입이 들어오거나, 이직하는 동료가 생기면 캠핑 등 이벤트를 열어준다. 내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동료 외에 친한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다.


디자인을 하는데 있어서는, 직급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의견을 굉장히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다. 심지어 인턴의 생각이라도 그것이 인정되면 충분히 적용된다.



Q: 디자이너로서 본인만의 경쟁력은?


A: 앞서 말한 것처럼 공대 출신의 장점이 있다. 또, 미술 공부를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보다 일반인 시각을 가졌다고 본다. 디자인 품평을 하면서 다른 디자이너들이 미처 보지 못했던,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견해를 밝힐 수 있었던 적이 있다.


대학원(우메오) 진학 때, 연필 스케치만 할 줄 았았다. 다른 학생들처럼 디자인 전문교육을 받지도 않은 상태였고, 포토샵이나 앨리어스(Alias, 자동차 디자인에 특화된 3D 프로그램)도 다룰 줄 몰랐다. 살아남으려면 부지런히 새로운 것들을 흡수해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마음에 들지 않는 디자인을 봐도 무엇인가는 얻을 게 있다는 낮은 자세로 바라봤다. 항상 배우고자 하는 자세로 일했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Q: 추상적이고 원초적인 질문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자동차'란 무엇인가?


A: 자동차는 선반, 프레스, 드릴 같은 기계와는 다르다. 나는 자동차에 생명이 있고 영혼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 내가 조물주가 돼서 영혼을 불어넣고, ‘어떤 성격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상상을 한다. XC60도 같은 마음으로 디자인했다.



Q: XC60 프로젝트 경쟁에서 본인의 스케치가 채택될 수 있었던 이유는?


A: 첫 프레젠테이션에서 토마스 잉엔라스가 내 스케치를 보고 “저 스케치가 바로 내가 상상한 XC60의 이미지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둘의 비전이 일치했기 때문에 XC60 개발을 진행하면서 계속 내 아이디어를 반영시키는데 유리했다.



Q: 사람들이 XC60 디자인에서 이 부분은 꼭 봐주었으면 좋겠다 싶은 곳이 있다면?


A: XC60의 섹시한 면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면에 빛과 그림자, 반사가 어떻게 맺히는지 신경을 많이 썼다. 액체금속과 같이 ‘비싸 보이는’ 면을 만들고자 했고, 세차를 하면서도 자꾸 만지고 싶은 면을 추구했다.



Q: XC60에 SPA 플랫폼이 적용되면서 많은 이점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디자인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A: 볼보 디자이너들은 SPA 플랫폼을 가리켜 ‘꿈의 플랫폼’이라고 부르곤 한다. 심지어 팀장에게 “이 플랫폼은 멋없게 만들기가 더 힘들겠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을 정도다. 일단 비율이 좋기 때문에 멋진 디자인이 나올 수밖에 없는 플랫폼이다.



Q: XC60을 디자인하면서 안전과 관련된 제약 때문에 어려웠던 점은?


A: 볼보는 안전과 관련해서는 어떤 이유에서도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디자인이 아무리 멋지게 나와도 안전에 반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는다. 이렇게 안전에 관해 엄격한 요구조건을 받고 해결하는 과정이 디자이너들에게는 도전이다.


심미적인 부분을 양보하지 않으면서도 볼보만의 안전규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을 한다. 이런 고민은 볼보가 당연히 추구해야할 가치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Q: 한국인으로서 XC60을 디자인하면서, 한국의 아름다움이 녹아들어 갔다고 생각하나?


A: 한국에서 30년, 스웨덴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한국에서 교육을 다 마친 후, 스웨덴에 넘어갔고 그곳에서도 이미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양쪽의 아름다움을 모두 잘 알고 있다. 무의식중에 이런 하이브리드적인 감각이 디자인에도 묻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북유럽 디자인은 굉장히 단순하다. 덜어냄을 반복해서 완전히 비워냈을 때 완성되는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다. 한국화의 ‘여백의 미’와도 상당히 닮은 점이다.



Q: 그렇다면 XC60의 어떤 부분에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반영됐고, 어떤 부분에 스칸디나비안의 미가 들어갔나?


A: 딱 구분해서 말할 수 는 없다. 어딘가에서 영감을 받았다면 그때의 느낌이나 감성을 디자인에 녹여내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한국적이고 어디가 스웨덴적인지 구분할 순 없다.



Q: 자동차로서 ‘임팩트 있는’ 디자인은 어떻게 보여줄 수 있다고 보는가?


A: 내가 생각하는 ‘임팩트 있는’ 디자인은 단순하면서도 다른 ‘볼보만의’ 디자인이다. ‘임팩트 있는’ 디자인을 위해 면과 선을 계속 추가하면 쉽게 남들과 달라 보일 수 있다. 반면, 면과 선을 빼면서 단순화를 통해 달라 보이기란 쉽지 않다. 그게 볼보 디자이너들이 매일 고민하는 부분이고 볼보의 디자인이다.



Q: 볼보 디자인의 방향성은?


A: 차별성이 아닐까 싶다. 경쟁사 디자인을 보면, 라인업 간에 차이가 없다. 자동차 디자인을 업으로 하고 있음에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다.


형제를 예로 들어보자. 한 부모에서 태어나 외모는 서로 닮았지만, 성격은 서로 다르다. 40, 60, 90클러스터로 이루어진 볼보 형제들도 이와 같다. 볼보만의 DNA를 유지하면서 각각의 캐릭터가 독특하고, 이에 맞춰 디자인도 다르다.


▲위에서부터 XC90, XC60, XC40



Q: 신생 전기차 회사들이 프리미엄을 외치고 있다. 볼보만의 프리미엄은 무엇인가?


A: 어떤 차들은 실내에 앉으면 고급스럽긴 한데, 마치 비행기 조종석에 앉은 듯 위압감을 준다. 어떻게 조작해야 할지 공부해야 하고, 뭔가 잘못 만지면 안 될 것 같다. 반면 볼보는 배우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으며, 내 집 거실에 있는 것처럼 편안함을 준다. 그래서 볼보에는 기술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프리미엄이 있다.



Q: 전기차 시대에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역할도 달라질 텐데, 디자인적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보나?


A: 라디에이터 그릴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다. 전기차는 전기차다워야 하지만 그릴을 기능이 줄었다고 없앨 필요는 없다고 본다. 맞바람으로 열을 식힐 필요가 없어진다 해도 그 자리에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새 기능을 넣을 수 있다.



▲링크앤코에서 선보인 컨셉트카 '01'


Q: 볼보 모기업 지리(Geely)에서 설립한 링크앤코(Lynk & Co)의 개발과정에도 볼보 디자인센터가 기여를 하는지?


A: 현재 링크앤코에서 일하는 디자이너 중 80% 이상은 볼보에 있던 사람들이고, 스웨덴 사람들도 다수 근무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두 회사 간에 소통을 하진 않지만, 볼보 출신이기 때문에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감성은 반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Q: 오늘날 전 세계 자동차 디자인 스튜디오에 한국인 디자이너 한 명씩 없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A: 나도 그 중 한 명이다. 한국인 디자이너들은 참 근성이 뛰어나다. 며칠 밤을 새우면서도 맡은 프로젝트에 혼신을 다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한국인 디자이너들은 기술적으로 손재주가 좋아 자기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줄 안다.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는 이유다.



Q: 최근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경쟁력이 많이 향상됐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A: 나는 다른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잘 밝히지 않는다. 디자인은 개인적인 느낌이기도 하고, 어떤 디자인이건 그 뒤에 숨어있는 디자이너의 열정과 땀, 고뇌를 충분히 알기 때문에 섣불리 평가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 자동차 디자인 실력은 정말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서도 국산차 디자인에 대한 견해가 굉장히 긍정적으로 달라지고 있음은 확실하다.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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