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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스니커즈, 볼보 XC60 시승기

등록일2017.11.01 10:17 조회수1985



[프리미엄 스니커즈, 볼보 XC60 시승기]


볼보가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 중순 XC90을 국내에 들여온 이후, S90과 크로스컨트리(V90)를 연이어 출시하며 90클러스터를 모두 물갈이했다. 이번엔 동생 60클러스터 차례다.


XC90이 그랬듯, XC60이 60돌림 형제 중 가장 먼저 새롭게 변신했다. 덩치 크고, 몸값 비싼 형들이 기초를 성공적으로 다져놨으니, 동생 60은 한결 부담이 덜 할 터. 디자인과 기술도 자리를 잡았으니, 보다 안정적인 결과물을 뽑아내기 용이해졌으리라.



2008년 처음 태어난 XC60은 볼보 전체 라인업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효자 모델이다. 볼보에 따르면, 2014년부터 3년 연속 유럽 프리미엄 중형 SUV 시장에서 판매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최신모델일수록 미리 나온 경쟁모델을 철저하게 분석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마련. 1세대 XC60이 세대 변경을 코앞에 둔 작년까지도 한참 나중에 태어난 라이벌에 맞서 당당히 우위를 점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자랑할 만한 성과이며, XC60이 가진 내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XC60 D4 모멘텀


▲XC60 D4 인스크립션


이렇게 볼보가 어여삐 여기지 않을 수 없는 XC60, 제 몫을 충분히 다 한 1세대 XC60이 2세대로 돌아왔다. 선대 모델의 화려한 전적에 90클러스터 형들의 잘난 DNA를 주입했다는 2세대 XC60을 만나봤다.




익숙하면서 신선한 디자인


볼보가 원래 튀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회사는 아니다. 누가 봐도 원래 타던 차같이 무난하고, 어디에 놔도 거기 있던 차같이 수수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폭스바겐에 몸담고 있던 토마스 잉엔라스(Thomas Ingenlath)가 볼보로 넘어와 XC90을 내놓으며 확 달라졌다.


▲새로운 볼보의 선봉에 섰던 2세대 XC90


무난함은 정갈함으로 바꾸고, 수수함을 버린 자리엔 세련미를 채웠다. 포장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으로 마무리해 이야기를 풀어내니 프리미엄 브랜드의 향기가 풀풀 풍긴다. 볼보가 오래도록 얻고자 했던 향기가 아니던가. 이제는 길거리를 지나가면 한 번쯤 뒤돌아보게 만들 정도가 됐다.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희소가치가 높아서 이기도 하다.)


이렇게 새로워진 90클러스터의 디자인 DNA는 XC60에도 그대로 물려졌다. 1세대 XC60의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완전히 신세대 볼보로 거듭났다. 뼈대부터 완전히 바뀌었음에도 1세대 XC60의 모습을 바탕에 깔고 있으며, 동시에 신세대 볼보의 세련미를 절묘하게 입혔다.


▲1세대 XC60


▲2세대 XC60


전작의 성공은 다음 세대의 변화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메이커 입장에서는 전작의 성공 스토리를 다음 세대 모델에 최대한 자연스레 이어지도록 얼굴에 메스를 들이대기 조심스러워 질 수밖에 없다. 확 바꾸자니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 같고, 또 너무 비슷하게 만들면 자칫 식상해 보일 수 있어 최적의 정도를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후자의 예로는 가까이 기아 2세대 K5를 들 수 있겠다.



이번 XC60의 외관을 담당했던 이정현 디자이너도 이점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출시 현장에서 밝힌 바 있다. 다행히 그의 노력은 2세대 XC60에 성공적으로 적용됐다. 기자 개인뿐 아니라, 주변 다수의 생각이 그러하고, 시장 반응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대통합’이라면 너무 거창할까.


▲SPA 뼈대를 써 휠베이스가 90mm나 늘었다. 특히 앞바퀴와 앞문 사이 거리가 후륜구동만큼 길어졌다.


본디 후속 모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자세’를 추구한다. 대부분 더 길어지고, 넓어지고, 낮아지는데 2세대 XC60도 예외가 아니다. 1세대에 비해 길이는 45mm, 폭은 10mm가 늘었고, 높이는 55mm가 줄었다.


주목할 점은 90mm나 길어진 휠베이스다. 사람으로 따지면 키(길이)가 커졌는데, 다리 길이(휠베이스)는 더 커진 셈이다. 옷발이 더 잘 받는 게 당연하다. 이 또한 90클러스터 형들에게서 물려받은 SPA(Scalable Product Architecture) 덕분이다.


▲리어펜더의 날카로운 선과 뒷문 부근에서 급격히 위로 꺾인 벨트라인이 매력




2세대 XC60의 인상은 야무지고 똘똘하다. 라디에이터그릴까지 연결된 ‘토르의 망치’는 정면을 응시하는 듯 또렷한 눈매를 만든다. 보닛을 비롯해 차체 곳곳에 쓰인 날카로운 주름은 곡면을 가로지르며 긴장감을 더한다. 특히 뒷바퀴 위에서 스르르 나타나는 선은 없었으면 큰일이었을 XC60의 ‘완소 라인’ 되시겠다.


SUV 지만 휠하우스 주변에 검정 플라스틱을 두르지 않아 터프함보단 젠틀함을 챙겼다. 자연보다 도심에 더 어울리는 SUV 임을 알 수 있는 대목. 뒷문이 끝나는 부근에서 위로 꺾여 올라가는 벨트라인도 근엄한 XC90 보다 한결 역동적이다.



▲뒤따라가며 감상한(?) XC60의 엉덩이는 SUV치고 상당히 낮고 넓어 보인다


패밀리룩을 유지하면서도 XC60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겉모습과 달리, 실내는 영락없는 90클러스터다. 처음 XC60의 실내에 들어서면 ‘이게 60클러스터 맞나?’ 싶을 정도로 고급스럽다. 차체에 맞게 크기만 작아졌을 뿐, 고급감에서는 30 줄어든 이름값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시보드 상단은 가죽을 덧씌웠고, 그 아래를 밝은 우드트림이 떠받치며 가로지른다. 이 우드트림도 스웨덴 해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드리프트 우드(Drift wood)에서 영감받았다고 하니, 얼마나 볼보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혹은 스웨덴과 연결고리를 찾고자 애쓰는지 짐작된다.


센터패시아 중앙의 9인치 세로 모니터와 좌우로 나란히 박힌 송풍구 또한 90클러스터에서 익히 보았던 장비. 센터패시아 모니터는 이제 신선한 느낌은 덜 하지지만, 그만큼 익숙하게 다양한 기능을 불러 쓸 수 있다.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은 보기에 아름답지만, 조작하다보면 ‘누름’과 ‘돌림’이 동시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시승차로 제공된 ‘인스크립션’ 트림은 촉촉한 나파가죽 시트에 마사지 기능까지 챙겨 넣어 엉덩이가 황송하다. ‘바우어스 & 윌킨스(Bowers & Wilkins)’가 각인된 알루미늄 스피커 커버와 다이아몬드처럼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볼륨, 시동,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은 XC60을 XC90 부럽지 않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이다.




XC90과 XC60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교묘한 원가절감의 흔적도 숨어있다. 가죽 적용 면적이 줄었고, 몇몇 패널은 나무 대신 플라스틱으로 덮었으며, 고광택 마감 스위치는 일반 플라스틱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들의 치밀한 원가절감 노력을 생각했을 때, 이 정도면 그야말로 선방이다. 볼보가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가격이 다른 차를 같은 원가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최고급 소재를 쓰고도 기대 이하의 고급감밖에 연출하지 못하는 일부 럭셔리 브랜드에 비하면 XC60의 실내는 참 교묘하다.






2열 공간은 충분하다. 1열에 꺽다리가 타고, 2열에서 엉덩이를 빼고 앉아도 충분히 음악에 맞춰 다리를 떨 수 있다. 1세대에 비해 90mm 늘어난 휠베이스가 한몫했을 터. 남성 평균신장이 약 180cm라는 스웨덴 출신답게 머리공간도 부족함 없다.


다만 2열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상태로도 불편하지는 않지만, 때론 축 늘어진 자세로 차에 몸을 맡기고 싶지 않은가. 더구나 국산 중형 SUV들이 거의 눕듯이 앉을 수 있는 걸 생각하면, 아쉬움이 커진다. 혹시 안전 때문이라면 할 말은 없다. 다른 브랜드도 아니고 볼보니까.






부드러운 달리기


2세대 XC60은 국내에 D4와 T6 두 가지 엔진이 들어왔으며 모두 4륜구동이 기본이다. 이 중 기자가 배정받은 모델은 D4. 190마력, 40.8kgm를 발휘하는 디젤엔진으로 현재 모든 60클러스터 모델을 포함해 아래로 V40 크로스컨트리, 위로 S90까지 적용 중이다.



기자는 작년 초, 페이스리프트 되기 전 V40(현재 V40은 D3와 T5만 남았다)을 통해 D4 엔진을 경험한 바 있는데, 상당히 경쾌한 몸놀림을 보였던 기억이 난다. 당시 V40은 무게가 1,500kg 초반이었던 반면, XC60은 1,880kg. 약 350kg이 늘어난 몸무게가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했다.


시동을 걸자 걸걸한 디젤 엔진음이 실내에 전해진다...고 상투적으로 쓰지 못할 만큼 소음을 잘 틀어막았다. 속도를 높여도 창틀과 바닥을 타고 넘어오는 거슬리는 소리는 없다. 심지어 D5 엔진이 들어갔던 V90 크로스컨트리보다도 조용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



아이들링은 물론 ISG를 통해 엔진이 깨어날 때 진동도 크지 않다. 기자의 차도 2리터 디젤인데, 파란불과 함께 시동이 걸릴 때마다 눈밭에 오줌 싼 듯 부르르 떠는 것을 떠올려보면 XC60 D4는 상당히 부드럽다. 아무리 조용하고 잔잔해도 가솔린 T6 만 하겠냐마는, 이 정도라면 시끄럽고 탈탈거린다고 불평할 소비자는 거의 없겠다.



아,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현재 볼보 라인업에 쓰이고 있는 D3, D4, D5 세 가지 디젤 엔진과 T5, T6, T8 세 가지 가솔린 엔진은 모두 실린더 수와 배기량과 보어, 스트로크까지 동일하다. 하나의 실린더블록을 썼단 말씀. 여기에 터보차저와 슈퍼차저, 파워펄스, 하이브리드 등 여러 보조기술을 더해 각 라인업에 맞는 다양한 성능을 뽑아낸다.


볼보는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를 짝지어 ‘드라이브-E(Drive-E)’라고 부른다.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은 고객에게 2리터 4기통 엔진이 주는 효율을 기본으로 지불한 찻값만큼의 성능까지 제공한다. 볼보는 생산단가와 부품수급에서 이점을 누려 마다할 이유가 없다. 대배기량 다기통 엔진에 대한 아쉬움은 다운사이징 추세가 설득에 힘을 보탠다.



초반 발걸음은 제법 산듯하다. 두터운 토크를 기본으로 저속구간에서 날랜 움직임이 가능하다. 기억이 바래서인지 과거 V40 대비 늘어난 350kg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큰 힘들이지 않고 쾌적한 실용구간 주행을 즐기기 부족함이 없다. 다만, 초고속영역이나 급가속처럼 스포츠카 몰 듯 가속 페달을 밟아댈 때 보이는 한계는 차급과 성격을 확실히 알려준다.


사실 엔진 출력이야 수치를 보면 어느 정도 예상되는 부분이고 XC60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정작 예상치 못한 특징은 따로 있었다. 바로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세팅이다. 페달감각부터 엔진과 변속기 반응, 하체까지 모두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췄다.


▲변속기는 아이신 8단 자동



가속페달 입력에 대한 엔진 반응도 느긋하고, 브레이크페달도 쑥쑥 밟힌다. 하체도 좌우 하중이동에 어느 정도 롤링을 허용하고, 과속방지턱을 꿀렁꿀렁 삼키는 모습이 영락없는 승차감 중심이다.


과거 몰아본 모든 90시리즈의 하체는 특유의 탄탄함을 지니고 있었는데, XC60은 그 느낌이 없다. 90과 60을 나란히 번갈아 시승하지 않은 터라, 오판을 하지는 않았는지 엉덩이에 온 신경을 집중해봤지만 결론은 확실했다. 합성수지 판스프링을 썼던 90클러스터와 혹시 다른 방식을 썼는지 바닥에 엎드려 확인해 봤지만 차이가 없었다.



▲판스프링이 적용된 후륜 서스펜션


XC90보다 젊은 소비자를 노리고, 생김새도 역동적인 XC60이 정작 성격은 더 부드럽다니 다소 의외였다. 볼보 담당자에게 물으니,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향을 추구해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320마력을 발휘하는 T6 모델도 하체 설정은 동일하다는데, 130마력 차이를 얼마나 잘 요리할지 궁금하다.


하긴 다이내믹한 운동성능을 내세우며 남자들의 질주본능에 읍소하던 BMW도,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까지도 신형이 나올 때마다 부드러움을 한 스푼씩 추가해가는 마당에 ‘사커맘’의 대표 애마인 볼보가 부드러워지지 않을 이유는 없다. 게다가 볼보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차지하는 볼륨모델이라면 대세와 보편성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그렇다고 XC60이 마냥 출렁대며 코너에서 불안을 키우지는 않는다. XC60은 시승코스였던 중미산을 오르내리며 타이어 비명이 들리는 와중에도 원하는 라인을 꿋꿋이 지켜냈다. 트레드웨어가 220에 불과한 미쉐린 ‘레티튜드 스포트 3’ 타이어의 덕도 있다.


시승을 마지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퇴근이 가까워진 올림픽대로는 쏟아져 나온 차들로 가득했다. XC60에 적용된 반자율주행 시스템 ‘파일럿 어시스트 2(Pilot Assist 2)’를 켤 차례다. 앞차와의 거리를 최단으로 설정하고 운전대에 손을 올린 채 멍 때리고 있으면 알아서 가니, 교통체증에 대한 피로가 확 줄어든다.


▲전방 카메라


▲'인텔리세이프'는 볼보의 지능형 안전시스템을 일컫는다.


제법 차선 중앙과 차간 거리를 잘 유지하지만, 간혹 제동이 투박하다. 앞으로 끼어든 차량과의 거리가 내 기준으로는 충분해 보여도 XC60은 긴박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서야 할 때 서지 못하는 편보다는, 투박해도 미리 속도를 줄이는 게 낫긴 하다.


스포츠 주행 중 급제동을 할 땐, 내가 충분히 속도를 줄이고 있음에도 스스로 충돌이 임박했다고 판단해 안전벨트를 강하게 조였다. 안전에 관한한 유난 떠는 모습이 볼보답다.


▲HUD는 중앙에 네비게이션 정보를 표시하기 위해 속도계가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 길안내를 항상 받는 건 아닌데 말이다.


반자율주행 기능이 아무리 편해도, 자동차 회사가 매뉴얼에 운행 중 잠들어도 된다고 써놓기 전에는 반드시 전방을 주시하자.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고자 기준을 보수적으로 잡는 자동차 회사가 그리해도 된다고 할 정도면 그땐 정말 믿을만한 시스템일 테니.




프리미엄 스니커즈같은 SUV, XC60


1세대 모델이 닦아놓은 탄탄한 입지, 90클러스터 형들에게서 물려받은 훌륭한 DNA, 여기에 식을 줄 모르는 SUV의 인기까지 2세대 XC60은 가능한 성공 조건을 다 갖췄다. 여기에 차만 좋으면 만사 OK인데, 시승을 통해 만나본 2세대 XC60은 보통내기가 아니다.




반응은 이미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26일 출시 이후 사전계약 1,000대를 돌파하는데 3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달 초 열흘에 달하는 장기 연휴를 감안하면 더욱 뛰어난 실적이다. 일단 1세대의 바통은 잘 이어받은 셈이다.


세련된 디자인과 부드러운 달리기. 번쩍번쩍 구두나 깃털처럼 가벼운 러닝화는 아니지만, 매일 어디나 편안하게 신고 다닐 수 있는 스니커즈 같은 차가 바로 XC60이다. 스니커즈는 스니커즈인데 가죽으로 만든 프리미엄 스니커즈다.



▲XC60에 달린 스웨덴 국기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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