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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주혁이 탔던 G클래스, 충돌테스트 결과 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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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2



배우 김주혁의 교통사고 사망 소식이 우리 가슴을 울린다. 최근 영화 '공조'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그이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 


동시에 그가 탔던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국내 한 매체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사고 현장 사진 속 처참하게 파손된 G클래스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이 차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


해당 매체에 따르면, G-클래스는 공인기관에 의해 측정된 충돌 테스트 기록이 전무하다. 실제로 IIHS, NHTSA, KNCAP 등에는 G클래스에 대한 안전성 테스트 결과과 없다. 


▲ G63 AMG


그렇다면, 벤츠의 대표적인 오프로더로 통하는 이차의 안전성 테스트 결과는 왜 없는 걸까? 너무나 당연해서 테스트할 필요를 못 느낀 걸까? 이유는 각 기관에서 정해놓은 ‘테스트 차종 선정 기준’에 있다.


일단 국내 자동차 안전성 테스트 기관 ‘케이앤캡(KNCAP)'부터 확인해 보자. 테스트 결과가 없는 여러 차종 중 G-클래스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케이앤캡은 매년 국내에서 판매되는 약 11개 차종을 선정해서 테스트를 진행한다. ‘연 11개 차종’이라는 숫자부터 매년 쏟아지는 신차들을 모두 테스트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 케이앤캡 홈페이지에 게시된 안전성 테스트 차종 선정 기준


11개 차종은 어떻게 선정할까? 케이앤캡이 밝힌 선정 기준은 기본적으로 '신규 출시된 자동차'이면서 '판매량이 많은 자동차'다. 한 마디로 새로 나온 인기모델 위주로 테스트 한다.


G-클래스는 79년 처음 등장한 SUV로 오래된 장수 모델이다. 지속적으로 성능을 개선하고, 편의장비를 추가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설계구조는 거의 변화가 없다. 


▲ G 350d


판매량은 어떨까?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판매된 G-클래스는 'G-350D'와 'G63 AMG'를 모두 합쳐도 고작 170대다. 1억 원이 넘는 고가임을 고려해야 하지만,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많이 팔린 차종'은 아니다. 고로 ‘사람들이 많이 타는 차’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출시된 지 오래된 차’, ‘사람들이 많이 안 타는 차’는 이들이 선정할 11개 차종에 들어갈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의미다.


▲ 케이앤캡 충돌 테스트 장면


예산도 문제다. 관계자에 따르면, 케이엔캡은 정부 예산으로 차를 직접 구매해 테스트를 진행한다. 쓸 수 있는 돈이 한정돼 있다 보니 고가의 차종을 여러 대 테스트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G 350d' 가격은 약 1억 5,000만 원이다.


미국의 권위 있는 충돌테스트 기관 고속도로안전 보험협회 IIHS는 현재 5가지 충돌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머지 않아 조수석 스몰오버랩 테스트까지 추가되면 충돌테스트를 총 6회 실시해야 한다. G 350d 6대를 동원하면 9억원이 드는 셈. 일년에 출시되는 수많은 자동차를 다 테스트 하려면 수 백억이 든다.


▲ IIHS의 2017년형 GLE 클래스 테스트 결과


▲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유로NCAP 테스트


유럽 신차 평가 프로그램 ‘유로앤캡(Euro NCAP)’을 보자. 유로앤캡은 유럽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자동차 안전성 테스트 기관으로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곳 역시 사람들이 많이 타는 차를 주로 다룬다. 이들 홈페이지 ‘차종 선택 설명’란에는 ‘매년 가장 인기 있고 흥미로운 모델들을 선정한다’라고 명시돼있다. ‘인기’는 판매량을 뜻하고, ‘타는 사람이 많은’ 차를 위주로 선정한다는 의미다.


신차 위주 선정 기준도 비슷하다. 이들은 위 문구에 더불어 ‘대부분 신차 위주로 선정하지만, 이미 판매 중인 차를 테스트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 NHTSA 내에 표기된 안내문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 사전 공개한 2018년 자동차 안전성 테스트 차종을 보면 아우디 ‘Q5’, BMW ‘X1’, 토요타 ‘캠리’, 포드 ‘F150’ 등 최근 출시된 신차이거나, 인기 차종이 대부분이다.


국가 기관은 아니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있는 기관으로 평가받는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도 비슷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들 홈페이지 Q&A 란에는 ‘우리 테스트는 주로 많은 운전자들이 사용하는 판매량이 높은 자동차를 우선시한다’라고 기재돼 있다. 인기 차종을 주로 선정한다는 뜻이다.


▲ IIHS내에 표기된 안내문


국내외 자동차 안전성 테스트 기관들이 보이는 선정 기준을 종합해 보면, 대부분 '신차나 인기 있는 차종'을 주로 선정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오래된 장수 모델이나, 비인기 차종은 요청이 들어오지 않는 한 테스트를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소비용, 최대효과’ 원칙을 고려하면 이 같은 행보는 당연하다. 제한된 인력과 시간 속에서 가장 높은 공익적 효과를 달성하려면, 테스트 차종으로 ‘신차’나 ‘인기 차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 회사들은 신차 개발 시 자체 충돌 테스트를 실시한다. G-클래스도 당연히 자체 충돌테스트 과정을 거쳤다. G-클래스 수십대가 벽을 향해 돌진했을 터다.


기술력을 드러내기 위해 신차 출시 이전에 테스트 영상을 공개하는 브랜드도 있다. 단 한 번의 사고라도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 브랜드는 이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관이 테스트를 진행하지 않으면, 구입하려는 차의 안전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길이 없다. 특히 이번 사고와 관련된 G클래스의 경우, SUV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전복 상황에 차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판단이 어렵다. 때문에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제도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이미지 : 메르세데스-벤츠, KNCAP, EURONCAP, IIHS


황창식 inthecar-hwang@carlab.co.kr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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