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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삶이 꿈틀대는 활기찬 포구 <연합이매진 커버스토리②>

등록일2017.01.09 14:08 조회수742
울진 후포항에서 맞이한 여명
울진 후포항에서 맞이한 여명(사진/임귀주)

(울진=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정유년 새해를 앞둔 12월 중순. 새벽 5시쯤의 경북 울진 후포항은 대낮처럼 환하다.

어둠을 뚫고 수평선 너머로 고기잡이를 떠났다가 만선 깃발을 달고 포구에 돌아온 어선들이 늘어서 밝힌 불빛 때문이다.

그 모습은 조명 수십 개를 한꺼번에 켜놓은 영화 촬영장을 방불케 한다.

갈매기들은 환한 조명에 새벽잠을 설쳤는지 하얀 날개를 활짝 펴고 어선 위 창공을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방수 작업복과 장갑, 장화로 중무장한 어부들은 험상궂게 생긴 아귀와 방어, 고등어, 전갱이, 오징어 등을 어종별로 붉은색 고무 대야에 나누어 담아 옮기느라 쉴 틈이 없다.

차가운 겨울 새벽이지만 이마에는 구슬땀이 송골송골 하고 입에서는 하얀 김이 굴뚝 연기처럼 솟는다.

물고기들은 바닷물 가득한 대야 속을 헤엄치며 펄떡거린다.

해산물 경매가 이뤄지는 후포항 모습
해산물 경매가 이뤄지는 후포항 모습(사진/임귀주)

◇ 활기 넘치는 해산물 경매 현장

해산물 경매는 준비가 끝난 곳부터 시작된다. 나란하게 늘어선 대야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선주와 어부가 자리를 잡고, 다른 한쪽에는 번호가 달린 모자를 쓴 중매인들이 둥그렇게 모여선다.

중매인들은 손바닥만 한 직사각형 칠판에 시험 답안지 적듯이 손으로 가리며 가격을 적어내고, 경매 진행자는 칠판을 하나씩 확인한 후 가격을 결정한다.

가끔 입담 좋은 경매 진행자와 중매인이 벌이는 승강이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생명력 넘치는 후포항을 구경하다 보면 날이 밝는다. 바다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이글거리는 태양이 항구와 어선과 갈매기를 따스하게 감싼다.

후포항의 명물인 대게 경매는 오전 9시 30분에 시작한다. 대게 하면 흔히 영덕을 떠올리지만 사실 대게의 3분의 2는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울진 앞바다에서 잡힌다고 한다. 나머지 기간에는 '붉은 대게'라고 불리는 홍게가 잡힌다.

배에서 노란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 옮겨진 게는 일단 크기와 상태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거친다. 게를 분류하는 아주머니들의 재빠른 손놀림은 아무리 봐도 신통방통하다.

분류 작업이 끝나면 온통 시뻘건 게는 뒤집힌 채 10열 6행 단위를 한 묶음으로 위판장 바닥에 진열된다. 흥정이 이어지고 판매가 결정된 게는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떠나간다.

경매가 끝나면 어부들은 위판장에 있는 분식집에서 뜨거운 어묵 국물이나 라면, 커피로 추위를 달래거나 인근 식당에 모여 소주잔을 기울이며 피로를 푼다.

갈매기 천국인 후포 해안
갈매기 천국인 후포 해안(사진/임귀주)

◇ 낭만 가득한 해안선 드라이브

후포항을 벗어나 남쪽으로 가면 후포 해변이다. 북적거리며 활기찬 항구의 분위기와는 정반대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인적 없는 모래사장에서는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하얀 파도는 해안선을 넘실거린다. 잔잔한 바다에는 요트가 유유히 떠다니며 이국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파도 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어 가기 좋다.

후포항에서 북쪽으로는 7번 국도를 넘나드는 해안도로가 약 50㎞ 떨어진 죽변항까지 이어진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다양한 모습의 기암이 바다를 수놓고 초록빛 싱그러운 솔밭과 새하얀 모래 해변 등 시시각각 다른 매력적인 풍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눈길을 붙드는 어디에나 차를 멈추고 자리를 깔면 그곳이 바로 명당이 되는 길이다.

달빛과 어울리는 솔숲이란 뜻만큼이나 멋진 풍광과 낭만을 선사하는 월송정과 관동 최고의 누정(樓亭)인 망양정, 해안 기암이 비경을 펼치고 조그만 포구가 평온함을 전하는 울진항 등 어느 곳 하나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불영사 계곡
불영사 계곡(사진/임귀주)

◇ 마음을 비우는 산사 가는 길

망양정 인근에서 36번 국도로 접어들면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기암절벽이 이어지는 수려한 풍광이 펼쳐진다. 근남면 행곡리에서 금강송면 하월리까지 15㎞에 이르는 불영사 계곡 길이다.

이미 1979년에 명승 제6호로 지정된 곳으로 사계절 관광객이 찾아든다. 중간에 차를 마음대로 세울 수 없어 차창 밖으로 자꾸만 지나쳐가는 비경이 못내 안타까운 구간이다. 불영정, 선유정 등 전망대에서만 잠시 멈춰 불영사 계곡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불영사 계곡 길이 태백산맥을 넘기 직전 오른쪽 도로로 빠지면 불영사(佛影寺)로 이어진다.

사찰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주문을 들어서면 이내 향긋한 소나무 향이 콧속을 은은하게 파고든다. 솔숲에는 느릿느릿 걸으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명상의 길도 있다. 산사 가는 길은 불영사 계곡만큼이나 풍경도 수려하다.

1㎞쯤 걸었을까. 천축산 발치에 포근하게 안긴 불영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조경이 아름다운 사찰이다.

651년(진덕여왕 5년) 의상대사가 연못에 있는 용 아홉 마리를 쫓아낸 후 절을 짓고, 부처 모양 바위가 못에 비쳐 불영사라 불렀다고 한다. 천축산도 서역의 천축산과 비슷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커다란 연못 주변에 목어와 법고가 있는 법영루가 자리하고, 오른편으로 설법전과 대웅전이 있다. 겨울을 맞아 설법전 처마에는 메주가 달렸다.

대웅전 마당에는 균형이 잘 잡힌 고려 시대 삼층석탑이 서 있고, 대웅전 안쪽 벽에는 부처가 인도 영취산에서 설법하는 모습을 담은 조선 후기의 영산회상도가 걸려 있다.

무엇보다 불영사의 백미는 연못 서쪽 끝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호를 그리는 잔잔한 연못 뒤로 대웅전과 요사채 등이 둘러섰고, 소나무 숲과 산줄기가 감싼 평온한 풍광이 연못의 수면처럼 마음을 명징하게 한다.

전설 간직한 연못과 불영사
전설 간직한 연못과 불영사(사진/임귀주)

◇ 둘러볼 곳

▲ 온천 = 덕구온천(☎ 054-782-0677)은 응봉산 중턱에서 자연 용출한 수온 43도의 약알칼리성 온천이다. 온천수는 신경통, 관절염, 피부병, 근육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천탕이 있으며 보디 마사지, 아쿠아 포켓, 재스민 탕을 갖춘 스파 시설도 있다. 백암온천(☎ 054-789-5480)은 무색무취한 53도 온천수로 만성 피부염, 자궁내막염, 부인병, 중풍, 동맥경화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성류굴 = 천연기념물 155호인 성류굴은 근남면 구산리에 있는 석회암 동굴로, 성불(成佛)이 머물렀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석회암의 형상이 금강산을 보는 듯해 '지하 금강'이라 불리기도 한다. 총연장 870m이고 내부 온도가 15~17도로 연중 일정해 겨울에 추위를 피하기 좋다. 종유석, 석순, 석주, 동굴진주, 석화, 동굴산호, 동굴방패 등 다양한 생성물이 신비감을 준다. 문의 ☎ 054-789-5400

▲ 망양정 = 송강 정철이 지은 '관동팔경'에 소개된 정자로, 고려 시대에 처음 세워져 이후 수차례 중수와 개보수를 거쳤다. 조선 숙종은 관동팔경 중 최고라며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란 친필 편액을 하사했다. 숙종과 정조가 지은 어제시(御製詩),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조선 전기 문신인 채수의 '망양정기' 등이 전해진다.

망양정해수욕장 남쪽의 동해를 굽어볼 수 있는 언덕에 서 있어 주변 풍광이 아름답고 운치가 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7년 1월호에서 옮겨 실은 글입니다.

dkl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1/09 08:0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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