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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돗토리현으로 떠나는 삼색(三色) 여행 [연합이매진 트래블]

등록일2017.01.12 10:57 조회수687

(돗토리현<일본>=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일본 열도의 허리, 주고쿠(中國) 지방의 돗토리(鳥取)현은 인천국제공항에서 1시간 10분이면 닿는 곳이다. 북쪽으로 동해를, 남쪽으로 주고쿠 산맥을 접한 돗토리현은 화려하거나 세련된 모습은 아니지만, 사계절 독특한 색채의 풍경을 자랑하는 여행지로 꼽힌다.

바람이 불 때마다 시시각각 모습이 변하는 돗토리 사구와 팻바이크(Fat Bike) 체험, 고색창연한 건물이 즐비한 시라카베도조군, 만화 ‘게게게의 기타로’를 모티브로 한 미즈키 시게루 로드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다채롭다. 게다가 소바(메밀국수), 코스 요리인 가이세키 등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와 함께 ‘가성비’ 높은 해외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시차도 없고 비행시간도 짧은 돗토리현이 안성맞춤이다.

돗토리 사구에서 즐기는 팻바이크
돗토리 사구에서 즐기는 팻바이크(사진/이창호 기자)

◇ 돗토리 사구, 바람과 모래가 빚어낸 예술품

돗토리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은 일본 최대 규모의 모래 언덕 ‘돗토리 사구(砂丘)’다. 이곳은 산인해안국립공원의 특별보호지구로 지정돼 있으며, 2010년에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연간 관광객 250만 명이 찾는 이색적인 명소다. 일본인들도 돗토리 사구를 보지 않고 돗토리현을 제대로 여행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돗토리현의 상징으로 불리는 돗토리 사구는 길이(동서) 16㎞에 폭(남북) 2.4㎞로 바람과 모래, 그리고 시간이 빚은 모래 언덕이다. 이곳은 약 3만 년간 풍화된 화강암이 모래로 바뀌어 바다로 흘러든 다음, 겨울철 거친 파도에 실려 오고 바닷바람에 날려 한 줌씩 쌓여 만들어진 자연의 걸작이다.

이곳은 해안 쪽에서부터 제1, 제2, 제3 사구열(砂丘列)로 이루어져 있는데, 짙푸른 바다와 사막이 맞닿은 듯한 풍경을 볼 수 있다. 해안 사구 동쪽 입구에서 계단을 따라 언덕에 오르면 해변까지 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모래밭이 눈에 들어온다. 관광객들은 이국적인 풍광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낙타를 타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거나 해안사구 중 가장 높은 지점인 ‘우마노세’(말의 등)로 향한다. 바닷바람이 쓸고 간 모래 언덕에는 아름다운 물결무늬가 선명하고, 모래밭 한가운데에 서 있으면 마치 중동의 사막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모래밭 중간중간에 물웅덩이가 있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보인다.

돗토리 사구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우마노세'(말의 등)
돗토리 사구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우마노세'(말의 등)

두꺼운 모래 속으로 푹푹 꺼지며 발걸음을 400m 정도 옮기면 제2 사구열에 위치한 높이 47m의 우마노세가 앞을 막아선다. 관광객은 개미 행렬처럼 줄을 지어 30도 급경사인 모래 언덕을 오른다. 정상에 서면 가파른 모래 절벽 너머로 바다와 마주하게 된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세차지만 바다와 사구가 빚어내는 풍경이 경이롭고 장엄하다.

바람이 모래 위에 그리는 문양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사구는 ‘자연의 캔버스’라고도 불리는데, 돗토리 사구의 풍광은 감탄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온다. 바람에 의해 모래 표면에 생기는 물결 모양의 무늬인 풍문(風紋)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초속 5m 이상의 강풍이 분 다음날 아침에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구에선 모래에 바퀴가 빠지지 않는 광폭타이어가 장착된 팻바이크와 패러글라이더, 샌드보드 등으로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카페 '구라'에서 내려다본 시라카베도조군
카페 '구라'에서 내려다본 시라카베도조군

◇ 흰 벽과 붉은 기와가 인상적인 시라카베도조군

주고쿠 지방 동북부에 위치한 돗토리현은 동서로 길게 늘어선 해안선과 평야, 다이센산(山)으로 대표되는 산악지역으로 구성돼 있다. 크게 서부, 중부, 동부로 나뉜다. 돗토리 여행 중에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바로 중부 중심지인 구라요시(倉吉)의 시라카베도조군(白壁土藏群)ㆍ아카가와라(赤瓦) 거리다.

돗토리 사구가 자연의 시간이 누적돼 만들어진 것이라면, 시라카베도조군ㆍ아카가와라 거리는 사람의 역사가 쌓여 있는 곳으로 에도 시대부터 메이지 시대에 걸쳐 지어진 창고와 가옥을 그대로 보존해 놓은 마을이다. 애니메이션과 영화, 드라마 촬영 명소인 이곳은 국가지정 중요 전통 건조물 보존지구로 아름다운 일본의 역사적 풍경 100선으로 선정됐다.

시라카베도조는 하얀 벽 창고, 아카가와라는 붉은 기와를 의미한다. 회반죽을 바른 흰색 벽에 검게 그을린 삼나무 판자를 덧대고, 지붕엔 빨간 기와를 얹은 창고들이 수로를 따라 늘어서 있다.

하코타 인형 공방
하코타 인형 공방

마을을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는 개울과 세월이 묻어나는 목조 건물들은 150년 전에는 창고와 상인들의 거주지로 사용되었다. 지금은 공방이나 양조장, 토산품 가게, 음식점, 카페, 잡화점 등으로 쓰임새가 바뀌었다. 옛 거리를 걷다 보면 시야를 가로막는 고층빌딩도 하나 없고, 일본 특유의 깨끗함과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퍽 인상적이다. 에도 시대의 풍경이 깃든 거리 구경도 재미있지만 연 공방, 하코타 인형 공방, 도자기 공방 등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구석구석을 느리게 돌아다니다 보면 옛 가옥 속에서 일본 게임회사의 음악제공 프로젝트인 ‘히나비타’의 캐릭터가 고개를 쏙 내밀기도 하고, 행운을 부르는 고양이ㆍ호테이(행운)ㆍ에비스(사업 번창) 등 다양한 복신이 거리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1877년 창업한 구와타 간장 양조장과 간장 가게, 요네자와 붕어빵 가게, 카페 ‘구라’ 등은 제각각 맛과 전통을 뽐낸다.

미사사 온천의 가와라 노천탕
미사사 온천의 가와라 노천탕

돗토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온천 체험이다. 구라요시역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미사사 온천은 8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데, 몸에 좋은 라돈 성분이 많은 ‘명탕’으로 이름나 있다. 미사사(三朝)라는 말은 ‘이곳에서 아침을 세 번 맞이하면 병이 낫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발 900m의 미토쿠산으로 둘러싸인 미사사 온천은 산중에 묻힌 고요한 마을로, 미토쿠강을 따라 온천 여관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특히 미토쿠강의 미사사다리 아래에 있는 가와라 노천탕은 24시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남녀 혼탕으로 눈길을 끈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
미즈키 시게루 로드

◇ 요괴들의 천국, 미즈키 시게루 로드

일본은 만화(漫畵)의 천국이다. 돗토리현 서부 끄트머리에 자리한 사카이미나토에서 만화는 아이콘인 동시에 문화 이상의 존재다. 돗토리 출신인 요괴만화작가인 미즈키 시게루의 이름을 딴‘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일본의 국민만화가 된 ‘게게게의 기타로(鬼太郞)’에 등장하는 수많은 요괴를 만나 볼 수 있는 명소로, 연간 200만 명이 찾는다. 우리나라에 ‘요괴인간 타요마’로 소개된 이 만화에는 설화로 전해지는 일본의 다양한 요괴와 귀신이 나오는데, 타요마와 친구들이 악귀로 인해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준다는 이야기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사카이미나토역에서부터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까지 약 800m에 이르는 거리로, 요괴들의 동상이 무려 153개나 세워져 있다. 역 앞에는 요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즈키 시게루가 책상에 앉아 작업하는 광경을 묘사한 동상이 있고, 미즈키 시게루 로드를 걷다 보면 주인공 기타로, 쥐나 생선을 보면 요괴로 변하는 고양이 소녀(네코무스메), 눈알 아저씨(메다마 오야지), 간사한 쥐, 모래 할머니, 거울 보는 요괴, 등산하는 요괴, 우산 요괴 등 다채로운 요괴 동상들이 해괴한 모양과 표정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택시 위에 놓인 등과 가로등에도 눈알이 그려져 있고, 맨홀에도 섬뜩한 요괴 캐릭터가 녹아 있다. 심지어 요괴들을 모시는 신사(神社)까지 있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 설치된 요괴 동상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 설치된 요괴 동상

120엔짜리 스탬프 책자를 구입해 37개 스탬프 공간을 채우며 가게를 돌다 보면 요괴 모양을 한 빵, 눈알 아저씨 캐릭터 모양을 본떠 만든 경단 등 먹을거리와 열쇠고리, 문구, 나무 인형 등 다양한 캐릭터 상품이 입과 눈을 즐겁게 한다.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주변에서는 요괴로부터 비밀번호 질문을 받더라도 결코 알려주지 말라는 안내판이 웃음을 짓게 만든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의 종착점에 세워진 기념관에는 미즈키 시게루의 작품 세계와 일대기를 알 수 있도록 그의 작품과 여행을 다니면서 수집한 가면과 탈이 전시돼 있다. 요괴 정원에는 160년 된 적송과 153번째 동상 ‘기타로 집’이 숨어 있다. 기념관에서는 한글 팸플릿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QR코드를 이용해 음성가이드를 무료로 들을 수 있어 언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사카이미나토역과 요나고역 사이에서는 요괴를 테마로 한 요괴열차도 운행한다. 열차 외관은 요괴들로 꾸며져 있고, 내부는 요괴 천국이다.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 내부 전경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 내부 전경

▲ 가는 방법 : 인천과 요나고를 잇는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서울이 화ㆍ금ㆍ일요일, 주 3회 단독 운항한다. 인천발 요나고행 항공편은 화·일요일 낮 12시 30분, 금요일 오전 9시 30분, 요나고발 인천행 항공편은 화ㆍ일요일 오후 3시, 금요일 낮 12시에 출발한다. 요나고 기타로 공항에서 JR이나 버스, 택시를 이용해 사카이미나토나 요나고, 구라요시, 돗토리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 열차 여행은 사카이미나토에서 요나고까지 50분, 요나고역에서 구라요시역까지 40분, 요나고역에서 돗토리역까지 1시간 40분 소요된다. 항공편 외에 목요일 오후 6시 강원도 동해항에서 DBS 크루즈 페리를 타고 다음날 오전 9시 사카이미나토항으로 들어갈 수 있다. DBS 크루즈 페리는 토요일 오후 7시 사카이미나토항을 출발해 다음날 오전 9시 동해항에 도착한다.

요나고 기타로 공항
요나고 기타로 공항

▲ 기후 : 연평균 기온은 14.5도로 서울(11.1도)보다 조금 높은 편이다. 옷은 한국에서와 비슷한 수준으로 준비하면 된다. 여름철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7년 1월호에서 옮겨 실은 글입니다.

chang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1/12 08:0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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