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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릴 땐 바보짓을 한다 <찌질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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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1

              


  살면서 겪는 일이 전부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 건 아닙니다. 분명 기억하기 싫은 부끄러운 기억도 있겠지요.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 땐 왜 그랬을까? 어떤 말로도 그 당시 상황의 순류에 휩쓸린 젊은이의 치기를 정확히 분석해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변명거리를 들어 옛날에 대해 설명할 순 있겠지요. 우리가 그 땐 어렸기 때문이라고.


  이를 촌스러운 변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찌질의 역사]의 주인공이 가진 찌질함의 의미는 변명보단 성장의 밑거름입니다. 대학교에 처음 들어가서 설하라는 여자를 만나고, 제대로 사람 대하는 법을 몰라 자기 고집대로 밀어붙이다가 결국 헤어지고 맙니다. 이 과정엔 미화도 불가항력도 없습니다. 이유는 하나 뿐입니다. 그냥 민기가 찌질해서. 민기가 나쁜 놈이라 일이 이렇게 꼬이고 만겁니다. 조금만 더 잘했다면, 민기가 조금만 더 설하를 생각했다면 파국은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작품을 단순한 연애담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한 인간이 어떻게 변화해 나가는 지에 대한 드라마, 그러니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표현하는 게 더 올바른 표현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나라는 18세 이상을 대강 어른이라 잡고 있지만, 스무 살은 이제 수능을 마친지 1년 밖에 안된 나이이며, 군대도 채 가지 못한 나이이며, 아직 놀기 바쁠 때입니다. 인간 관계에 대해 침착하게 생각할 시간이 없는 나이이죠. 시즌 1의 여주인공 윤설하가 잘생기고 젊은 민기보다 별볼일없게 생긴 아저씨에게 간 이유는 이 찌질함에 질려서 였지요.


         


  작품은 인간관계에 대한 장황한 설명보단 찌질한 한 인물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내세우는 데 집중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어째서 작가는 이 찌질한 민기를 집중 조명했을까요? 단순히 독자들에게 고통받으라는 의미였을까요? 아닙니다. 작품 첫머리에 분명히 민기가 이야기 하지 않던가요.


"그랬구나 내가 누군가를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적이 있었구나."


  맹목적으로 사랑에 모든 걸 바치던 주인공이 34살이 되고서 옛날의 자신을 바라봅니다. 그 순간 순간의 면면은 분명 찌질하고 험악한 인상인데, 모아둔 조각을 다시 합쳐보았을 때 보이는 것은 지금의 성숙해진 내 자신을 만들어놓은 든든한 지지대였습니다. 모든 과거가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잊어버리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기억도 있을 것이고, 차마 떠올리기도 싫을 만큼 끔찍한 기억도 있을 것입니다. [찌질의 역사]는 이 모든 부끄러운 순간을 긍정합니다. 그렇게 찌질했지만, 찌질했기 때문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 작품은 그렇게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우리가 성숙해지기 위해선, 누군가 콧대를 한 번 눌러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시절에 제 옆엔 참 똑똑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정말 재수없는 성격이었는 데 그 친구에게 한 번 망신을 당한 뒤 다시는 그런 식의 언동을 입에 내지 않았습니다.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고마운 친구입니다.







간파
리뷰어입니다. 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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