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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의 경제학] ① 대형마트 쇼핑카트의 오해와 진실

등록일2018.02.28 11:28 조회수4146

쇼핑카트에는 여러가지 속설이 있다. 카트를 가득 채우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매년 카트 크기를 조금씩 늘린다는 설, 카트를 일부러 무겁게 만들어 천천히 걷게 해서 더 많이 물건을 사도록 만든다는 설 등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갖가지 소문들이 떠돈다.

국내에서 쇼핑카트를 직접 제조하는 회사는 두 곳뿐이다. 이마트에 독점 납품하고 있는 삼보가 시장의 90%을 점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씨앤에스시스템에서 맡고 있다. 쇼핑카트에 대한 속설의 사실여부를 두 업체를 통해 확인해 봤다.

코스트코 광명점의 모습. ⓒ i-DB

쇼핑시간을 늘리기 위해 일부러 무겁게 만든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쇼핑카트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돼 있어 꽤 무거웠다. 어떤 이들은 이것이 매출을 늘리기 위한 대형마트의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쇼핑카트가 무거워서 빠르게 끌 수 없다 → 천천히 걸어가면서 보다 다양한 제품에 노출된다 → 매출이 올라간다는 논리다. 그러나 카트 제조사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사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지금까지 스틸 카트를 써 왔던 것은 플라스틱보다 저렴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으로 카트를 만들려면 금형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 쇼핑카트 용으로 사용할 플라스틱은 강도가 높아야 하므로 소재 자체도 비싸다.

최근에는 하나둘씩 바뀌는 추세다. 스틸 제품보다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높고, 디자인도 우수하다. 스틸과 플라스틱 카트는 단순히 소재만 다른 것이 아니다. 스틸은 철재를 용접해서 만드는 반면, 플라스틱은 금형(틀)을 만든 다음 뽑아내야 한다. 초반에는 비교적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스틸 카트가 주류를 이뤘는데, 플라스틱 카트를 만들기 위한 금형 개발비용이 만만치 않아 기존 제품을 고수해왔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이마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적용한 플라스틱 카트. ⓒ i-DB


스틸 카트는 저렴한 대신 각종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녹이 슬어 카트에 담은 물건에 녹이 묻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카트의 용접 부분이 떨어져 고객의 옷이 걸리거나 찔려 안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에 비하면 플라스틱 카트는 관리와 보관이 쉬운 편이다.

쇼핑 풍경이 달라진 것도 이같은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씨앤에스시스템 박경식 대표는 i-DB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대형마트가 단순히 장을 보는 공간이 아니라 식사도 하고 영화도 보는 복합쇼핑몰의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어 매장 분위기도 고급스럽게 바뀌고 있다”면서 “마트에서도 디자인이 우수한 플라스틱 카트를 선호한다”고 했다.

아마존 고(Amazon Go) 같은 무인마트 시대가 도래한다면 플라스틱 카트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아마존 고란 카메라와 센서로 고객이 구입한 제품을 자동으로 읽어들여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도 자동 결제 되는 마트다. 현재는 아마존 시애틀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만약 이같은 마트가 상용화된다면 센서 인식을 방해할 수 있는 스틸보다는 플라스틱 제품이 선호될 것이라고 박 대표는 말했다.

 

매년 쇼핑카트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 중에는 쇼핑카트가 매년 조금씩 커진다는 얘기가 있다. 빈 카트를 채우려는 고객의 심리를 이용해 점점 더 카트를 크게 만든다는 속설이다.

쇼핑카트의 크기가 전반적으로 커진 것은 사실이다. 1993년 이마트 1호점의 카트 용량은 101L였으며, 2001년에는 150L를 도입했다. 2003년부터는 180L를 일반적으로 쓰고 있다. 대체로는 커지기는 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개점한 롯데마트 서초점은 130L 규격을 사용한다.

쇼핑카트가 커진 이유를 마케팅 목적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카트는 적게는 8만원에서 비싸면 20만원이나 하는데다, 제품들간의 호환성이 중요해 일부만 교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카트끼리 맞물려서 보관해야 하므로 한번 교체할 때 전부를 교체해야 한다. 그러니 마트에서 매출을 늘리겠다고 매년 카트를 새로 구입한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 말이다.

 

 쇼핑카트 가져가는 얌체족과 코인락의 상관관계

코스트코 광명점 인근 오피스텔 앞에 쇼핑카트가 방치돼 있다. ⓒ i-DB


대형마트의 고질적인 고민 중 하나는 쇼핑카트를 집까지 끌고가는 고객이다. 인근 주민 중 일부가 집까지 물건을 들고 가기 귀찮아 카트를 끌고 귀가하는 것이다. 집 앞까지만 끌고 오면 그나마 다행이고, 현관문 앞까지 가져가거나 집에서 분리수거용으로 쓰다 분리수거장 앞에 버려놓는 경우도 있다. 이 카트를 수거하는 것은 모두 마트 직원들의 몫이다.

한 보도에 따르면 킴스클럽 강남점에서는 하루 평균 200개의 카트를 인근 주택가에서 수거하고 있다. 전체 카트의 10%에 해당하는 숫자다. 카트제조사 삼보의 한 관계자는 i-DB에 “우리 쪽에서는 카트 내구성을 이유로 외부 반출을 막아달라고 권하고 있으나 마트 쪽에서도 딱히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반출을 금지하면 고객 방문횟수가 줄어들고 매출이 줄어드니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 대형마트에서는 카트 외부 반출을 전면 금지했다가 주민들의 불매운동에 못 이겨 흐지부지된 일도 있었다.

현재로선 코인락이 유일한 강구책이다. 동전을 넣어야만 쓸 수 있는 코인락 기능을 두면 그나마 회수율이 높아진다. 단돈 100원이라도 쇼핑카트에 넣었던 동전이 일종의 보증금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부 매장에서는 500원짜리 동전을 요구하는 ‘귀한’ 쇼핑카트를 사용하고 있다.


글 | 이혜원 기자 (won@i-d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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