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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 뒤 거대한 유적지…'잃어버린 왕국' 함안의 봄

등록일2017.03.03 13:17 조회수1324
1천500년 전 아라가야 유적 고분만 200여개…그 옆엔 매화가 피었다 

(함안=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함안에 머 볼 끼 있습니꺼?"

처음 경남 함안에 간다고 할 때 친한 지인에게서 돌아온 말이다.

그래서 큰 기대 없이 도착한 함안. 하지만 지인의 심드렁한 반응을 일시에 날려버릴 정도로 강한 장면이 앞에 펼쳐졌다.

'대한민국 곳곳에 이런 멋진 유적들이 자리 잡고 있던가' 경외감마저 일었다.

높은 언덕 위에서 함안 읍내를 내려다 보고 있는 말이산 고분군.(성연재 기자)
높은 언덕 위에서 함안 읍내를 내려다 보고 있는 말이산 고분군.(성연재 기자)

군청 바로 뒤쪽이 유네스코 유적에 잠정 등록된 아라가야의 고분인 '말이산 고분군'이다.

잠정 등록은 말 그대로 연구와 자료 수집을 거치면 세계유산 등재 신청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눈으로 얼핏 흝은 고분은 모두 10여 개 남짓으로 보였다.

얕은 구릉을 끼고 고분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가장 높이 올라서 있는 2호기 근처에 오르니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저 멀리 언덕 위에는 소나무 한그루가 기개 있게 뻗어 있다. 그 아래 한 노인이 서서 읍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 고분군들은 얼마나 긴 시간을 이 자리에 있었던 걸까. 궁금해졌다.

함안 읍내를 내려다 보고 있는 2호 고분군(성연재 기자)
함안 읍내를 내려다 보고 있는 2호 고분군(성연재 기자)

함안의 최고 지배자 집단의 무덤들로 5세기 중엽∼6세기 중엽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 후 신라에 복속되면서 아라가야의 역사는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 역사는 승자의 것으로만 남는 것이기 때문일까.

미스테리한 점은 이 수백 개의 무덤이 누구의 무덤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거다.

아마 신라와 경쟁 관계가 더 치열했기 때문에 철저히 말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다 한다.

1천500년을 그리 있었나 보다. 그렇게 누구의 무덤인지도 모르게 잊힌 채 그 자리를 지킨 것이다.

함안의 주민들은 수천년 전 만들어진 가야의 유적을 머리에 이고 살았다.

그 아래 쪽에는 매화가 서서히 꽃을 피우고 있다.

1천500년이 넘은 야트막한 고분 옆에 다시 매화는 핀다(성연재 기자)
1천500년이 넘은 야트막한 고분 옆에 다시 매화는 핀다(성연재 기자)

고분군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함안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 학예사는 "고분군이 줄잡아 200개가 넘는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

최근 출토된 유물들도 기존의 고분군 지역 밖의 지역에서 발견될 정도로 그 유물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파트 공사 과정에서 유물이 줄줄이 출토됐다.

이때 발견된 것이 말의 갑옷인 마갑(馬甲)이다. 공사 도중 발견된 탓에 아쉽게도 훼손됐지만 말 갑옷은 2/3가량이 복구됐다.

말 갑옷은 이 곳에서 기승문화(騎乘文化)가 발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특히 고대 사회에서는 말을 가축으로 사용한 것에 대한 의미는 크다.

말을 사용한다는 것은 부락과 부락을 잇고 국가의 발전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승문화의 본격적인 발전은 삼국시대 초기라 봐 왔으나 바로 아라가야 시대부터 말을 사용한 흔적이 드러나는 유물이 출토됐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함안은 말과는 유난히 인연이 깊은 곳인가 보다.

최근에는 가야읍 봉수로에 승마공원까지 생겨나 이러한 옛 전통을 잇고 있다.

함안군은 44만9천여㎡에 경주마 휴양·조련시설을 비롯해 승마장 등 다양한 시설을 마련했다.

경주마 휴양시설은 그야말로 경주를 뛴 말들이 휴양할 수 있는 시설을 말한다.

부산 경마공원 등에서 경주를 뛴 말들이 휴양차 이 곳에 머무른다고 했다. 즉 말 호텔인 셈이다.

승마공원은 승마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특히 이 곳은 공원 시설 용지 내에 외승로(外乘路)를 개발해 숲 속에서 말을 달리며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다.

외승로란 승마장 바깥에 특별히 마련한 일반 길로, 말과 사람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잠시 말을 빌려 타고 외승로를 달려보니 숲 속 가득 피톤치드 향이 코 밑으로 다가왔다.

'봄 보리' 맛보는 말들
'봄 보리' 맛보는 말들승마공원에 입주한 말들이 새싹이 갓 나온 봄 보리를 맛보고 있다.(성연재 기자)

정신없이 다니다 보니 해가 저문다.

맛집 정보를 찾아 국밥집 있는 곳을 수소문해 봤다.

함안면의 어둑어둑해진 골목길을 찾아 들어갔다.

국밥집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국밥집 오른쪽의 2층짜리 '탁노소'건물이었다.

탁노소(託老所)는 탁아소와 비슷한 개념으로 노인들을 위한 복지 서비스다.

어감이 현대적이진 않았지만 나름 노인 복지 서비스가 도시 못지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식당으로 향하니 이미 한쪽 식당은 솥을 씻어내고 있다.

"마 끝났심데이∼ 재료가 다 떨어졌어예"

할 수 없이 옆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더니 다행히 북적북적하다.

'포마이카' 밥상 위 '짬뽕'국밥.
'포마이카' 밥상 위 '짬뽕'국밥.중화요리 짬뽕이 아니라 면과 밥이 같이 나온다.(성연재 기자)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가 앉고 보면 테이블이 옛날 집에서 쓰던 그 '포마이카' 밥상이다.

옛 정취 물씬 풍기는 포마이카 밥상에 앉아 '짬뽕' 한 그릇을 시켰다.

여기서 짬뽕이란, 중화요릿집의 그 것과는 다르다.

한우 국밥과 면이 섞인 그야말로 국밥+짬뽕인 메뉴다.

시원하고 고소한 한우 국밥의 맛이 그대로 혀 끝에 전해져 왔다.

◇ 숙소

아쉽게도 여행지다운 호텔이나 그 흔한 게스트하우스도 없다.

어쩌면 창원시와 너무 가까운 탓일 게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의 깔끔한 모텔들이 많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 먹거리

한우 국밥 이외에도 악양나루터 인근의 메기 매운탕이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면 소재지에는 대구의 '납작 만두'와 비슷한 형태의 '납작 탕수육'을 내놓는 분식집도 눈에 들어왔다.

◇ 교통

경전선이 새로 나면서 교통이 편리해졌다.

서울에서 ITX 새마을호 열차를 타면 바로 함안역에 내릴 수 있다.

창원과는 자동차로 15분 거리일 정도로 가깝다.

polpor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3/03 11: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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